[전남동부권 대변신]물류·교통혁명 광양항, 동북아 허브로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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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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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후 전남 광양시 도이동 광양항. 컨테이너를 실은 5000t급 컨테이너선이 검은 연기를 내뿜었다. “끼익. 윙∼ 찰칵” 겐트리크레인이 쉴 새 없이 컨테이너를 배에 실었다.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 트럭들도 분주하게 오갔다. 야적장은 금세 컨테이너로 들어찼다. 1년 전 야적장에 빈 공간이 많았던 것과 달리 광양항은 활기가 넘쳤다. 이날 전북 전주에서 컨테이너에 제지를 싣고 온 트레일러 운전사 김모 씨(43)는 “전주∼광양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광양항으로 화물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용 제지 40TEU(1TEU는 길이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를 싣고 전주를 출발한 지 2시간 만에 광양항에 도착했다. 예전에는 전주에서 광양항까지 2시간 반이 걸린 것을 감안하면 30분이 줄어든 것이다. 고속도로 개통으로 서울에서 광양까지 거리는 기존 429km에서 347km로 단축됐다. 김 씨는 “서울에서 부산항을 가려면 5시간이 걸리지만 전주∼광양을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개통돼 서울에서 광양항까지 4시간이면 도착한다”며 “물류회사들이 운행시간이 줄고 안전성이 확보되자 광양항으로 화물 운송을 늘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속속 뚫리는 물류 동맥


임시 개통된 1월 전주∼완주∼순천∼광양을 잇는 고속도로가 개통된 이후 물류비 절감으로 광양항 물동량이 서서히 늘고 있다. 광양항 컨테이너부두는 3월 한 달간 물동량이 1998년 개항 이후 최고인 20만1000TEU를 기록했다. 남궁성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 전략기획팀장은 “고속도로 개통 효과에다 북미, 중국의 환적화물이 광양항으로 몰리면서 물동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광양항 물동량은 현재 국내 2위, 세계 14위로 국제적 위상을 가진 항만으로 성장했다. 연간 컨테이너 548만 TEU와 일반 화물 2억2500만 t 처리 능력을 갖추고 가까운 일본 중국을 비롯해 미주 유럽 등의 다양한 항로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 광양항의 올 물동량은 250만 TEU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계 수송망이 속속 완공되면서 광양항의 물류거점 기능도 커지고 있다. 올해 말 광양∼목포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2012년 서울∼여수 고속철도(KTX)가 완공되면 광양항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으로 향하는 호남 충청권 수출화물이 광양항 국제여객터미널을 이용할 경우 부산항 요금보다 절반 정도 저렴하다. 올해 1월 광양항에서 일본 시모노세키(下關) 항을 연결하는 카페리 광양비츠호 운항이 시작되면서 요금 인하 효과가 나타났다.

전남 서부지역 농산물을 일본으로 수출하기 위해 광양항을 이용하면 1TEU당 32만 원이 든다. 하지만 부산항을 이용할 경우 1TEU당 63만 원이 필요하다. 광주지역 일본 수출화물 1TEU당 요금은 광양항 25만 원, 부산항 60만 원으로 35만 원 차이가 난다. 전북지역 대일 수출 1TEU당 요금도 광양항은 35만 원, 부산항은 60만 원이다. 대전지역의 경우 광양항은 30만 원, 부산항은 60만 원이 드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병남 광양시 수출유통팀장은 “화주들이 광양항 물류비가 저렴하다는 것을 알고 수출 물량을 광양항으로 돌리고 있다”며 “하역이나 선적시스템이 보완되면 장기적으로 전남지역에서 생산되는 일본 수출용 농축수산물 대부분은 광양항을 통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혜의 항구 광양항

광양항, 철강, 석유화학단지 등이 어우러진 전남 동부권이 21세기 한국 경제의 대동백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광양제철소. 동아일보DB
광양항, 철강, 석유화학단지 등이 어우러진 전남 동부권이 21세기 한국 경제의 대동백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광양제철소. 동아일보DB
지난달 2일 한진해운광양터미널에서 1만 TEU급 초대형 선박인 한진네덜란드호가 광양항에 취항했다. 이달에는 세계 최대 규모인 1만4000TEU급 선박이 광양항을 찾는다. 선박 대형화 추세에 따라 최근 건조되는 초대형 선박은 수심 15m 이상의 항만에서만 접안이 가능하다. 광양항의 수심은 15∼19m여서 초대형 선박들이 접안하기 쉽다. 광양항은 컨테이너 부두 16개 선석에 86척의 선박이 동시에 들어올 수 있다.

기후 및 지리여건도 좋다. 광양항은 전남 여수시와 경남 남해군이 둘러싸고 있어 태풍 피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광양은 전국에서 일조량이 가장 많은 지역이어서 안개가 적게 낀다. 태풍이나 안개 모두 초대형 선박 운항에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에 광양항은 항구로서 천혜의 여건을 갖췄다. 광양항 주변에는 조강생산 세계 1위인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여수국가산업단지가 자리하고 있다. 윤승재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 전략기획팀 과장은 “광양항은 세계 최고의 항만으로 도약할 수 있는 조건을 고루 갖춰 고도화된 산업 클러스터가 만들어졌다”며 “광양항 활성화와 화물 창출을 위해 388만 m²(약 117만 평)의 배후물류단지도 조성돼 물류 수송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물류 허브 중심항 도약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은 2020년까지 광양항 연간 물동량을 3억 t, 컨테이너 물동량은 600만 TEU로 늘리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항만서비스 품질점수도 95점으로 높여 광양항을 세계 10위권에 진입시키겠다는 포부다. 항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배후물류단지에 냉동·냉장창고와 황금물류센터를 건립했다. 지난해에는 국내외 고가의 화물처리 기능을 지원하며 소량 화물을 유치하기 위해 국제물류센터도 세웠다.

공단은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엑스포)가 광양항이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수엑스포는 광양항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고 전남 여수와 광양을 연결하는 이순신대교 등 여수국가산업단지 진입도로 개설로 광양항이 사통팔달의 수송망을 갖춰 항만 화물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조업 유치로 항만과 연계한 제조산업의 육성과 위험물 처리, 컨테이너 세척시설 등 지원시설 확보가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화된 화물 유치모델 개발로 성장동력을 더 가속화시켜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상조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 이사장은 “항만에 물류가 몰리면 지역경제도 발전하는 것이고 광양항이 도약한 만큼 전남 동부지역 경제도 동반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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