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내고장둘레길/공주 마곡사 솔바람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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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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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발자국 따라… ‘사색의 길’ 3km

충남 공주시 사곡면 마곡사의 ‘백범명상길’. 사찰을 출발해 주변 냇가를 지나 태화산 중턱에 이르는 산책길이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충남 공주시 사곡면 마곡사의 ‘백범명상길’. 사찰을 출발해 주변 냇가를 지나 태화산 중턱에 이르는 산책길이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21일 오후 ‘마곡사 솔바람길’을 걷기 위해 충남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 마곡사에 갔다. ‘춘마곡 추갑사(春麻谷 秋甲寺)’라는 말이 있으니 제일 좋은 시절에 절을 찾은 셈이다. 마곡사는 640년 백제 무왕 때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대광보전의 빛바랜 단청이 고찰의 분위기를 돋운다. 걷기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마곡사 솔바람길은 사찰 앞마당 백범당에서 시작된다.

○ 백범과 마곡사의 인연

마곡사는 형형색색의 등으로 가득했다. 부처님오신날이 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백범은 1898년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마곡사에서 원종(圓宗)이라는 법명으로 승려생활을 했다.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일본인 장교를 살해한 혐의로 붙잡혀 인천형무소에서 옥살이 하다가 탈옥한 직후였다. 은거를 위한 출가였던 셈이다.

마곡사는 선생과의 인연을 기념해 사찰 앞마당 한쪽에 백범당을 조성했다. 여기에는 선생의 친손자인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이 2009년 10월 기증한 백범의 휘호가 걸려 있다. 선생이 즐겨 썼던 서산대사의 선시(禪詩).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어지럽게 함부로 걷지 말라/ 오늘 내가 가는 이 발자취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

한줄기 바람과 청명한 풍경소리가 발길을 재촉한다.

○ 3가지 모습의 마곡사 솔바람길


솔바람길은 크게 3개의 코스로 나뉜다. 첫째 코스인 ‘백범명상길’은 백범당∼백범 선생 삭발터∼군왕대∼마곡사로 이어지는 3km로 50분가량이 걸린다. 백범당을 출발해 냇가로 접어들면 목조 데크가 나타난다. 백범이 출가할 때 삭발했다는 삭발터를 지나 내(川)를 건너면 평평한 산책로가 나오고 태화산으로 접어들면 잘 정돈된 소나무 숲이 나타난다. 산신각을 지나 꼬불꼬불 이어진 산길을 타다보면 이마에 땀이 맺힐 무렵 군왕대에 이른다. 군왕대는 산 정상은 아니지만 마곡사 전체를 조감할 수 있는 곳이다. 마곡사에서 가장 지기(地氣)가 센 곳으로 알려져 있다. 세조가 군왕대에 올라 ‘내가 비록 한 나라의 왕이라고 하지만 만세불망지지(萬世不亡之地)인 이곳과 비교할 수 없구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땅의 기운을 받으려고 시신을 암매장하는 일이 많았다. 결국 조정이 조선말기에 유골을 모두 파낸 뒤 돌로 채워 암매장을 막았다. 백범명상길을 자주 걷는다는 화봉 스님은 “포근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그야말로 명상길”이라고 말했다.

둘째 코스인 ‘명상산책길’은 마곡사∼천연송림욕장∼은적암∼백련암∼활인봉∼생골마을∼마곡사로 어어지는 5km의 트레킹코스로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현재 조성 중인 셋째 코스 ‘송림숲길’은 마곡사∼천연송림욕장∼은적암∼백련암∼아들바위∼나발봉∼전통불교문화원∼다비식장∼장군샘∼군왕대∼마곡사이다. 11km의 본격 등산코스로 3시간 반 가량이 걸린다.

○ 축제, 체험프로그램, 산채 먹거리

마곡사 솔바람길은 주변의 축제 및 체험프로그램과 어우러져 한층 매력을 더한다. 내달 14, 15일 열리는 신록축제에는 3대가 함께 명상길 걷기, 아빠 요리왕 선발대회 등 가족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많이 준비됐다. 봄과 가을 매주 토요일 오후에는 작은 음악회가 열려 적막한 산사를 선율로 적신다. 마곡사 템플스테이(041-841-6226)는 전국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마곡사 주변에는 버섯, 두릅 등 산채 음식이 풍부하다. 태화식당(841-8020)과 귀빈식당(841-8027) 등을 많이 찾는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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