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 채용’ 단협안 강행… 현대차 노조, 대의원대회서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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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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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채용 때 정년퇴직자와 장기근속 직원 자녀를 우선 채용하게 해달라는 요구가 담겨 ‘세습 채용’ 논란이 일었던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현대차 노조) 단협안이 대의원대회를 통과했다.

▶본보 19일자 A14면 현대차 노조 ‘채용…’

현대차 노조는 20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2011년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안을 확정했다. 노조는 단협안에 “회사는 인력 수급 계획에 따라 신규 채용 시 정년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 근속자의 자녀에 대해 채용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 채용함을 원칙으로 한다”라는 요구 조항을 신설했다. 이날 대의원대회에는 ‘세습 채용’ 요구안을 없애자는 안건이 발의됐지만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했다.

○ 노조 영향력 확대-금속노조와 거리두기

노조는 “2008년 노사가 합의한 기아자동차와 GM대우자동차(현 한국GM) 단협에도 정년퇴직자와 장기근속자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규정이 있다”며 “이 제도를 시행해도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 채용 비율을 종전대로 40%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회사에 요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노조 계획대로 된다면 지난해 기준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장기근속자는 200여 명, 2018년에는 1000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현대차 노조 조합원은 4만5000여 명이다.

노조가 ‘세습 채용’이라는 비난 여론과 내부 및 비정규직 노조의 반발에도 정년퇴직자와 장기근속 직원 자녀 우선 채용을 요구하는 단협안을 확정한 것은 노조 영향력 극대화와 함께 비교적 온건 노조로 평가받는 지도부가 금속노조와 거리두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금속노조는 최근 “금속노조 차원에서 단협안의 적절성 여부를 다시 판단할 것”이라며 비판적 자세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이경훈 지부장이 이끄는 현대차 노조가 ‘온건 노선’을 표방하면서 금속노조 집행부와 마찰을 빚어온 것을 감안하면 노동계 주도권을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 말을 아끼는 사측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 요구안에 대해 회사가 반려할 수 있어 단협안이 확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재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또 비난 여론이 높아 노사협상 때 사측이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회사 내부에서는 자녀 우선 채용안을 반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청년실업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 자녀를 우선 채용하게 되면 직원 충성심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오래 다닌 회사에 자녀들이 다니게 되면 애사심이 생기고 과격한 노사분규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현대차 노조가 사측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고용 안정과 높은 복리후생 수준을 보장받는 현대중공업 노조처럼 실용 노조로 바뀌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 타임오프에 맞서 쟁의행의 결의

현대차 노조는 이날 타임오프 도입에 대응하기 위해 쟁의행위 발생 결의안을 찬성 243명, 반대 163명, 무효 1명으로 통과시켰다. 노조는 그동안 임금 및 단체협상 과정에서 추진했던 쟁의행위 발생 결의안을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왔다. 하지만 이번 타임오프 발생 결의안은 반대 의사를 낸 대의원이 많아 실제 투쟁으로 이어질 때까지 ‘노노(勞勞) 갈등’이 예상된다. 또 노조는 기본급 대비 8.76%(1인당 평균 15만611원) 임금 인상안, 상여금을 현재 기본급의 750%에서 800%로 인상, 노조 가입 가능 직책을 현행 대리급에서 차장급까지 확대, 정년 61세까지 연장 등도 확정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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