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I지수’로 분석한 대한민국 학계 현주소]논문 10편중 8편 한번도 인용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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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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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SCI’ 인문사회과학 분야 KCI지수 분석 첫 공개

《 한국일본언어문화학회가 내는 학술지 ‘일본언어문화’는 2006∼2007년에 논문 83편을 게재했다.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 학술지 ‘이베로아메리카연구’에는 27편이 실렸다.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등재된 두 학술지의 논문 110편은 2008년 국내에서 나온 논문에 한 번도 인용되지 않았다. 이처럼 외국은 물론이고 국내의 다른 연구진이 참고하지 않는 논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당사자조차 후속 연구에 활용하지 않는 논문이 80%나 된다. 》
한국연구재단은 KCI에 등재된 인문 사회과학 분야 논문 5만6030건을 분석한 논문인용지수(IF·Impact Factor)를 18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KCI 인용지수는 미국의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처럼 국내 학술지의 영향력을 평가하기 위해 재단이 국내 처음으로 개발한 지수로, 분석 결과가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재단이 2006∼2007년에 등재된 논문을 조사한 결과 76.7%가 다른 논문에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었다. 이번 조사는 자기 논문을 인용한 횟수도 포함하므로 저자 본인조차 참고하지 않는 논문이 10편 중 8편인 셈이다.

인문학 학술지 402권 중 17권(4.2%), 사회과학 학술지 489권 중 23권(4.7%)에 실린 논문은 후속 연구자가 전혀 참고하지 않았다. 학술지로서 최소한의 수준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문제는 이런 학술지 발행비 등 학회 운영을 정부가 지원한다는 점. 계명대 한국학연구원은 2007년부터 2년간 8000만 원을 지원받았지만 이곳에서 나온 논문 7편은 한 번도 인용되지 않았다.

과학기술을 전공하는 국내 연구자의 논문은 미국의 SCI를 통해 학문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사회과학 분야의 논문은 주로 국내 학술지에 발표하는 데다 사회과학논문인용색인(SSCI) 같은 지수가 없어 객관적으로 평가받기 힘들었다.

교수 임용이나 승진 심사 때도 논문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지만 양적 평가에만 비중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대 인문대는 교수 평가 때 단독 저자 논문에 100점, 두 명의 공동저자 논문에 70점을 주는 식이다.

연구재단은 “그동안 계량 평가로 인한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됐다. 앞으로는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논문 영향력을 평가할 수 있어 교수와 학자를 평가하는 풍토가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단은 2009년 이후의 논문 데이터베이스도 확충해 학술지와 논문인용지수를 매년 발표하고 인용지수가 계속 낮은 학술지는 등재를 취소할 계획이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 KCI 인용지수 ::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등재 및 등재후보 학술지에 실린 논문을 국내 다른 연구진이 얼마나 인용했는지 보여준다. 학술지 논문의 인용 횟수를 논문 수로 나눈 수치를 말한다. 특정 학술지에 실린 논문 10편이 다른 논문에서 모두 5번 인용됐다면 인용지수는 0.5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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