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국민연금은…]<上>노후 ‘자식보다 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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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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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의 벗”… 20년 가입자 월평균 77만원

《 국민연금에 20년 이상 가입한 국민이 올 3월 100만 명을 돌파했다. 매달 연금을 받는 수급자도 300만 명을 넘어섰고 총가입자는 1933만여 명에 이르렀다.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이 요즘 새로운 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7년 전만 해도 국민연금 8대 비밀이라는 괴담에 성장통을 겪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느껴진다. 하지만 아직도 내 연금이 얼마인지, 연금액을 어떻게 늘릴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민연금을 노후생활의 벗으로 삼기 위한 방법을 2회에 걸쳐 싣는다. 》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08∼2009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 준비 1순위는 국민연금 가입(38.5%)이었다. 국민연금이 올해부터 은퇴를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 712만 명의 주요 소득원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가입 기간 20년을 모두 채워 기본연금액(전체 가입자의 3년 치 평균소득과 자신의 가입 기간 평균소득을 더해 산출)의 100%를 받는 완전노령연금을 받는 사람은 벌써 1만 명을 넘어섰다. 평균 수령액은 77만3010원이다. 최고 130만8900원을 받는 사람도 나왔다.

○ 물가상승률 반영-수급기간 제한 없어

국민연금이 민간연금을 제치고 노후의 주요 소득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매년 물가상승률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반면 민간연금은 최종 수령액이 정해져 있다. 가입 기간이 길어질수록 국민연금과 민간연금의 수령액 차이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지급액은 이달부터 2.9% 인상됐다. 전년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결과다. 1995년 첫 연금 수령액이 23만1270원으로 산정됐던 김모 씨(80)는 올해 40만7260원을 받을 수 있다.

내는 보험료와 받는 수령액의 격차도 크다. 국민연금은 가장 적은 액수를 내는 사람이 낸 돈의 11.1배를, 가장 많은 액수를 내는 사람은 1.8배를 받는다. 월소득이 200만 원인 사람이 20년 가입 기간을 채우면 매달 42만8960원을 받는다. 이자율을 6%로 계산할 때 개인연금보험이 27만1000원을 받는 것에 비하면 국민연금은 15만 원 더 많다. 수급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30∼40년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 자발적인 가입 2년 새 2배 늘어

가입자가 낸 액수보다 더 많이 돌려주므로 국민연금 재정이 예상보다 빨리 고갈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국민연금 재정은 외국에 비해 안정적이다. 후세대가 내는 보험료에 전적으로 의존해서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국민연금은 자신의 낸 보험료를 돌려받는 적립 방식과 부과 방식을 합친 절충형이다. 국민연금은 5년마다 재정 계산을 다시 해서 현 세대의 보험료를 올려 후세대 부담을 낮추도록 법제화되어 있다.

국민연금기금의 누적 수익률은 22년간 6.61%를 기록하고 있다. 기금 운용수익률을 1% 올리면 적립금 소진시기를 9년 정도 늦출 수 있다.

이와 같은 국민연금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의무가입 대상자가 아닌 전업주부, 27세 이하 학생, 군복무자 등 임의가입자가 급증했다. 강모 씨(60·여)는 지난해 7월부터 국민연금 임의가입자로 등록해 매달 9만2000원씩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다. 10년간 납부하면 70세부터 매달 18만 원씩 평생 받을 수 있다.

강 씨는 5억 원짜리 아파트에 살며 남편 수입도 월 250만 원 정도 돼서 생활이 어려운 편이 아니다. 그는 “내 이름으로 연금을 받으면 자식 눈치 보지 않고 떳떳하게 용돈을 쓸 수 있을 것 같아 뒤늦게 가입했다”고 설명했다.

임의가입자는 1988년부터 20년간 3만6000여 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만 7만5497명이 가입했다. 올해 들어서만도 3만3000명을 넘어섰다. 서울지역 임의가입자가 강남 송파 서초 양천구 순으로 늘어나 국민연금이 소득 높은 지역의 새로운 재테크 수단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민연금의 소득 대체율(보험료를 납부한 기간의 월평균 소득 대비 연금의 비율)은 40%다. 적정 노후소득(60∼70%)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좀 더 여유로운 노후생활을 원한다면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따로 가입하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송승용 희망재무설계 컨설팅팀장은 “국민연금을 기본으로 하고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통해 소득보장 체계를 다층으로 만드는 것이 안전하다”고 권했다. 국민연금은 쌀, 나머지 연금은 반찬으로 활용하라는 조언이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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