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서남표 총장 퇴진놓고 구성원 찬반논쟁 가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1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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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사이트 찬반 격론..교수협 투표서 32% 찬성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생 4명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서남표 총장의 퇴진 여부를 놓고 구성원 간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11일 KAIST에 따르면 한상근 전 교수협회장(수리과학과 교수)은 지난 10일 학내커뮤니티사이트에 "서남표 총장은 사퇴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다고 생각하는데 이제 명예로운 퇴임시기를 놓친 듯 하다"는 글을 올렸다.

한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도 "유능한 인재를 모아놓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이렇게 사지로 내모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내일 제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영어강의 거부, 총장 사퇴 의견 등 내 입장을 전달하고 현안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KAIST 교수 가운데 처음으로 서 총장의 사퇴를 거론한 한 그의 글은 KAIST 구성원 사이에서 서 총장에 대한 퇴진 찬반 논쟁에 불을 지폈다.

이날 오후 5시 현재 이 사이트의 '베스트 4'는 '나는 카이스트 사랑함', '총장님의 사임을 반대합니다', '촛불시위 강력하게 반대합니다', '책임자란 단어가 왜 존재할까요'라는 글인 것으로 나타나, 구성원은 일단 서 총장의 퇴진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총장님의 사임을 반대합니다'는 글은 올린 참여자는 "교과부에서도 이사회를 열어서 검토한다는데 저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일수록 이 사태를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총장님의 사임과 같은 선택은 최악이고,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지도자가 떠난다고 생기지 않는다. 비극을 이성적으로 지혜롭게 이겨내는 KAIST가 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서남표 총장님이 뭘 잘못하셨죠'라는 글을 올린 학생은 "제가 2007년 입학했을때, 처음으로 영어강의 도입, 차등 수업료 부과, 재수강 제한 등의 새로운 규칙들이 생겼다. 후배 여러분은 그러한 사항을 다 알고 입학하신 것 아닌가"라고 물은 뒤 "왜 본인이 알고 희망해 지원한 학교에 대해 그 사실에 의한 피해자라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서 총장을 두둔했다.

반면, 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책임론으로 수장이 사퇴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에요'라는 글을 올린 참여자는 "분위기 쇄신해야 하기 때문에 서 총장은 그만 떠나셔야 한다. 서 총장을 계속 끌고 가겠다는 건 학교 이미지만 더 망치는, 학교의 앞날만 망치는 길이다"라며 "연이은 자살의 결론이 무엇이든 누군가 책임질 사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학생은 "원래 이런 일이 있으면 책임자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 경쟁사회의 정상적 결과라고 생각된다"며 "다른 사람들은 서 총장이 저질러놓은 걸 수습하고 가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KAIST라서 나올 수 있는 독특한 발상 가운데 하나"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커뮤니티사이트에서 격론이 벌어지는 가운데 교수협의회와 학부총학생회는 직접적으로 서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리더십과 개혁 철폐를 요구하고 나섰다.

교수협은 11일 오후 1시부터 2시간 가까이 비상총회를 열고 채택한 '교수협에서 드리는 글'을 통해 "지금 KAIST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획일성과 일방통행은 창의성의 적"이라고 지적했다.

경종민 교수협의회장은 새로운 리더십 요구의 의미에 대해 당장의 서남표 총장 사퇴 요구는 아니지만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총회에 참석한 교수 200여명 가운데 64명이 서 총장의 용퇴 요구에 찬성표를 던지는 등 '새로운 리더십 요구(106명)'에 못지않게 교수들이 서 총장의 퇴진을 원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학부총학생회도 이날 오후 3시 대학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 총장의 개혁을 '실패한 개혁'으로 규정하며 '무한경쟁' 정책의 철폐를 요구했다. 그러나 총학은 서 총장의 거취문제에 대해서는 입장표명을 보류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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