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자녀의 늘어난 자율, 깊어지는 학부모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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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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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자유·수업시간 휴대전화 소지··· 어떻게 관리할까?

그래픽 이고운 leegoun@donga.com
그래픽 이고운 leegoun@donga.com
《올해 들어 서울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중고생을 둔 학부모들의 고민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 최근 해당 시도교육청이 관할 중고교에 방과후수업이나 야간자율학습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침을 내림에 따라 자녀들의 ‘자유시간’이 급격히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생들의 복장과 두발도 자율에 맡겨질 공산이 커지면서 ‘아이가 외모에 신경을 쓰다 공부시간을 뺏기면 어쩌나’ 근심하는 학부모도 늘었다. 지난해 말 서울시교육청은 0교시 수업과 방과후수업, 야간자율학습 등에 대한 학생들의 강제참여를 금지하도록 일선학교에 권유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두발 및 복장자율화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도 이와 유사한 내용을 담은 ‘학생인권조례’를 올해 3월부터 시행 중이다. 갑자기 늘어나는 자녀의 자유시간, 그리고 길어지는 자녀의 머리칼. 부모는 어찌해야 할까? 정규수업이 끝나자마자 학교에서 ‘해방’되는 자녀를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다.》
고2 딸을 둔 어머니 권모 씨(50)는 개학을 앞두고 딸과 한바탕 신경전을 치렀다. ‘머리 염색’이 문제였다. 딸이 권 씨에게 “밝은 갈색으로 머리카락을 염색하겠다”고 선포한 것. 딸이 다니는 고교는 올해부터 두발자율화를 허용했다.

권 씨는 “공부에 방해될 것 같다”며 만류했다. 평소 매일 아침 30분씩 ‘고데기’로 머리를 만지작거리는 딸을 볼 때면 ‘이 시간에 공부를 하면 성적이 금방 오를 텐데…’란 생각에 속이 타던 차였다. 만약 염색까지 한다면 “머리색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염색을 해야 한다”는 딸과 매달 실랑이를 벌이는 건 불 보듯 뻔한 일. 결국 권 씨의 기세에 밀려 염색을 포기한 딸은 요즘 입이 주먹만큼 나와있다.

권 씨는 “머리에 신경 쓸 시간에 일찍 학교에 가 자습을 하길 바라는 게 엄마로서의 욕심”이라며 “하지만 고교생 딸의 반항심이 더 커질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학입시를 코앞에 둔 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특히 고민이다. ‘외모에 신경 쓰느라 공부에 소홀해지진 않을까’ 우려해서다. 예를 들어 자녀가 매일 아침 30분간 머리스타일을 가꾸려고 거울을 들여다본다고 가정하자. 일주일이면 2시간 반, 한 달이면 10시간을 공부 대신 머리에 쏟아 붇는 셈이다.

자녀의 휴대전화도 학부모들의 큰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일부 고교가 학생들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수업시간 중 휴대전화 소지를 허용했기 때문. 과거에는 대부분의 고교가 등교 직후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일괄 수거한 뒤 수업이 끝나면 돌려주는 방식으로 휴대전화 사용을 관리했다. 하지만 이젠 수업시간에도 휴대전화를 소지할 수 있는 학생들이 늘어남에 따라 학부모들은 휴대전화 때문에 수업에 집중하지 못할까봐 걱정이다.

고1 아들을 둔 어머니 박모 씨(41)는 “수업 중에 아들이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데 몰두할까봐 걱정”이라며 “얼마 전 아이의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한 학생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더니 등교 직후부터 수업을 마칠 때까지 그 학생이 보낸 문자메시지 기록이 100건에 달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불안한 마음이 커졌지만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시·도교육청의 권유에 따라 일부 고교는 0교시 자율학습과 야간자율학습의 참여여부를 100% 학생들에게 맡기고 있다. 대부분의 고교가 특별한 사유가 있는 학생을 제외하곤 전교생을 대상으로 0교시 자율학습과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했던 과거 모습과는 딴 판이다.

일반적으로 0교시 자율학습 시간은 45분, 야간자율학습시간은 4시간. 만약 자녀가 자율학습에 일절 참여하지 않는다면 하루 4시간 45분, 일주일이면 23시간 45분, 한 달이면 무려 95시간의 ‘여유시간’이 생기는 셈이다. 스스로 시간을 관리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중하위권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늘어난 자유시간을 어떻게 관리할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2 딸을 둔 어머니 조모 씨(48)는 최근 야간자율학습 참여를 두고 딸과 얼굴을 붉혔다. 겨울방학 내내 컴퓨터게임과 TV에 푹 빠져 지내는 딸의 모습이 불만스러웠던 조 씨는 딸에게 야간자율학습에 참여할 것을 권유했지만 딸은 “답답한 교실보다 집에서 공부할 때 집중이 더 잘 된다”며 거부했다. 3∼4시간 딸과 ‘설전’을 벌인 끝에 1학기만 야간자율학습 대신 집에서 혼자 공부해보기로 절충했다.

조 씨는 “야간자율학습을 하면 교사의 관리·감독을 받기 때문에 최소한 학교 과제라도 할 텐데…”라며 “이번 학기동안 딸이 시간관리를 못할 경우 앞으론 억지로라도 야간자율학습을 시킬 생각이지만 중요한 고1 첫 학기를 허비한다는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자녀의 늘어난 자율. 부모는 어떻게 지도하고 관리해야 할까요? C2면에서 알아봅니다.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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