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간접체벌도 인권침해 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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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규정 수정 필요”… 논란예고

국가인권위원회가 팔굽혀펴기 등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 중인 간접체벌도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내려 논란이 예상된다.

인권위는 3일 “최근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간접체벌을 담은 교과부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 법률안’을 검토한 결과 간접체벌 등 학생 인권을 제한하는 규정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간접체벌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한 데다 ‘직접’과 ‘간접’ 체벌의 경계가 불명확해 시행령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또 “도구나 신체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체벌이 안고 있는 인권침해적이고 비교육적인 요소가 근본적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심리적 고통을 야기하는 간접체벌이 직접체벌보다 덜 고통스럽다는 근거도 없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1월 17일 ‘학교문화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도구나 신체를 이용한 직접체벌은 전면 금지하되 팔굽혀펴기나 교실 내에서 뒤에 서 있기 등의 간접체벌을 허용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신체에 직접적 고통을 가하지 않는 훈육과 훈계 등의 방법’을 허용하면서 구체적인 범위와 수준은 일선 학교에서 학칙으로 정할 수 있게 했다.

교과부는 인권위 권고는 참고하되 개정안은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오승걸 교과부 학교문화과장은 “간접체벌로 인한 인권침해 요소가 없도록 유의하겠지만 개정안의 중심은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인권위는 (교사의) 최소한의 학생지도권마저 부정하면 안 된다. 교과부는 개정안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학교가 자율적으로 간접체벌 범위를 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간접체벌이라는 용어 자체에 문제가 있고, 이를 허용하는 것은 체벌 금지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보 인사들이 교육감으로 있는 교육청도 인권위 판단에 환영 의사를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개정안에 명시된 간접체벌의 범위가 모호했다”며 “어떤 종류의 체벌도 당연히 금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병래 경기도교육청 대변인도 “간접체벌도 인권침해다. 인권위 의견은 우리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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