낼만큼 내는데··· ‘복지 한국’ 왜 추울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新평가지표로 OECD 비교

선진국들이 한국과 동일한 소득을 보였던 때를 기준으로 복지 지출 규모를 비교했을 때 한국의 복지 지출 비중은 주요국과의 격차가 크게 줄고 일본과는 거의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의 복지 지출의 절반가량이 건강보험에 집중되는 바람에 다른 복지 분야의 지출은 상대적으로 미흡해 국민들의 복지 ‘체감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1일 본보가 입수한 한국조세연구원의 ‘복지수준의 신(新)평가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17개 국가가 한국의 2007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비슷한 소득을 올린 연도를 추적해 복지 지출 비중을 비교한 결과 한국과 유럽 국가의 복지 지출 비중 격차가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한국 정부가 복지에 쓴 돈은 GDP의 7.5%로 조사 대상 유럽 14개국 평균 지출 비중(23.53%)과 16.03%포인트 차이가 났으나 소득이 비슷한 해를 놓고 비교하면 10.9%포인트로 줄어들었다. 또 한국보다 40년 가까이 앞선 1969년에 한국의 2007년 소득 수준에 도달했던 일본은 당시 7.9%가량을 복지 지출에 사용해 한국과 비슷한 규모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소득 수준 증가에 따라 일본과 유사한 복지 지출 패턴을 보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연구원은 분석했다.

전병목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실장은 “2007년 GDP 대비 복지 지출로만 봤을 때는 일본(18.7%)이 한국보다 2배 넘게 복지에 돈을 쓴 것처럼 보이지만 같은 소득 수준을 보인 연도를 비교하면 비슷했다”며 “지금의 격차는 소득수준의 차이에서 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 1인GDP 1만5000달러 무렵엔 韓-日 비슷 ▼

실제 2007년에 한국의 복지 지출 비중은 1위 국가인 프랑스(28.4%)와 20.9%포인트 차이가 났지만 같은 소득을 기록한 연도(1978년)와 비교하면 11.7%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이번 평가지표는 각국의 1인당 GDP와 국민부담률(조세와 사회보장기여금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비슷한 연도를 찾아내 각 정부의 복지 지출 규모를 비교한 것으로 국내에선 처음으로 산출된 자료다. 그동안 복지 논쟁에서 주로 쓰이던 GDP 대비 복지 지출은 각국 정부의 크기나 경제력을 반영하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를 위해 연구원은 세계은행이 2000년 달러로 환산한 2007년 한국의 1인당 GDP 1만5158달러(명목 기준으론 2만1656달러)와 주요국이 비슷한 소득 수준을 보인 연도의 복지 지출 비중을 분석 데이터로 활용했다.

이 결과 복지에 돈을 가장 많이 쓴 나라는 역시 유럽의 복지 강국들이었다. 벨기에가 24.5%로 1위였고 네덜란드, 스웨덴,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이 모두 GDP의 20% 이상을 복지 지출로 사용했다. 상대적으로 복지에 돈을 덜 쓰는 것으로 알려진 캐나다와 영국 역시 각각 GDP의 14.4%, 16.7%를 복지에 썼다.

연구원은 또 동일 소득 수준에서 주요국이 복지 분야별로 지출한 규모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보건 분야에 전체 복지 지출의 41.6%를 사용해 일본(43.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반면 고령과 장애 분야 지출 비중은 각각 22.6%와 5.3%로 다른 국가에 비해 떨어져 보건 분야에 지출이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복지 지출 비중이 적은 것도 문제지만 복지 지출 안에서도 건강보험 같은 보건 부문 지출이 지나치게 높아 국민들의 복지 체감도가 떨어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