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도 말못해…” 음악계 도제식 교육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5일 10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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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줄이 성공 좌우 "피해 진술은 해도 증인은 못 서"

음악대학의 도제식 교육 탓에 교수가 학생을 때리는 등 부적절한 행위가 있어도 학생들이 제대로 대응조차 못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대는 최근 음대 A교수가 학생을 상습적으로 때렸다는 진정이 들어와 자체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A교수는 제자들을 일렬로 세우고 꽃다발로 머리를 때리는 등 10여 년 전부터 제자들을 폭행했다는 다수의 진술이 조사과정에서 나왔고 상당한 증거도 확보됐다.

그러나 진술을 한 제자들은 한결같이 증인으로 나서는 것만은 극구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관계자는 "졸업생 등 많은 사람을 조사했지만 사제관계를 벗어나야만 비로소 입을 여는 경향이 있었다"며 "제자들이 피해자인데 결국 스승을 고발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막상 진술을 하더라도 증인으로 나서는 일은 거부했다. 진정서를 보낸 학부모도 자식의 실명이 거론되는 일은 없게 해달라고 요구해 조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폭행 사실을 진술했더라도 신상 공개를 꺼리는 것은 폐쇄적인 도제식 교육 시스템과 졸업 후에도 교수의 영향력이 막강한 음악계의 구조 때문으로 지적된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연줄이 없으면 성공하기 힘들기 때문에 교수나 선배 앞에서는 무조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성악과에 다니는 B(26.여)씨는 "학과 내 분위기가 센 편이고 인사도 90도로 하며 다닌다"며 "인문계, 자연계 등 다른 전공 학생처럼 졸업하면 선후배나 사제관계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지속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40대 성악인 C씨는 "강의에서는 그런 일이 적지만 개인지도에서는 제자를 때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신원이 드러나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한편 서울대의 한 동료 교수는 "A교수가 폭행과 관련해 소문은 많이 달고 다니지만 일방적으로 호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며 "학생 잘못이 있는 등 나름의 사정이 있을 수 있다"며 지나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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