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구 1만명당 3.5명이 노숙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6일 15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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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김 모 씨(46)는 6년 전 중장비 대여 사업을 하다가 부도가 났다. 설상가상으로 빚보증을 섰던 친구에게 사기를 당했다. 가족에게 집이라도 남겨 주고 싶어 부인 명의로 집을 넘기고 이혼을 했다.

그 때부터 3년간 지방을 떠돌아다니면서 노숙을 했다. 신용불량자가 되어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결핵으로 건강이 악화된 2009년부터 대전홈리스지원센터에 머물었다. 센터에서 자활을 준비하던 김 씨는 다시 거리로 나갔다. 어렵게 가족과 연락이 닿았지만 부인이 재혼한 사실을 알면서 희망을 잃었기 때문이다.

김 씨와 같은 노숙인 전국적으로 1만7815명. 인구 1만 명당 3.5명인 셈. 임세희 서울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팀이 27일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교육회관에서 '전국 홈리스 실태조사 결과' 토론회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이 숫자는 정부 통계(4667명)보다 3.8배 가량 많다. 기존 노숙인 집계방식이 특정 시간대, 특정 장소에 모인 노숙인과 쉼터 장기 입소자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이번 조사는 식사 목욕 응급의료 등 일시적 보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숙인 상담보호센터 9곳을 대상으로 했다.

노숙인의 평균 연령은 47.4세였다. 가장 활발하게 일해야 하는 20~50대 노숙인이 1만4726명으로 87%를 차지했다. 성별로는 남성(95.6%)이 여성(4.4%)보다 훨씬 많았다. 집을 나와 노숙을 하는 기간은 평균 1.91년이었다. 이 중 56.8%는 노숙 기간이 1년이었지만 10명 중 3명은 3년 이상을 노숙인으로 지냈다.

김의곤 대전홈리스지원센터장은 "노숙인은 규칙적인 생활을 견디지 못 해 쉼터에 들어가기를 꺼려하는데다 PC방 찜질방 만화방을 떠돌기도 한다"며 "노숙인 실제 규모에 대한 정확한 파악을 통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가혁 인턴기자 서울대 영어교육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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