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허물어지는 대장간, 기부로 다시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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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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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군, 공동모금회 도움 받아, 50년 된 대장간 새로 짓기로

김정옥 씨가 허물어질 위기에 놓인 전남 강진군 칠량면 대장간에서 담금질을 하고 있다. 김 씨는 “호미나 낫 한 개를 만들기 위해 불씨를 살리면 비용이 더 많이 들어 서너개를 모아 한꺼번에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전남지회
김정옥 씨가 허물어질 위기에 놓인 전남 강진군 칠량면 대장간에서 담금질을 하고 있다. 김 씨는 “호미나 낫 한 개를 만들기 위해 불씨를 살리면 비용이 더 많이 들어 서너개를 모아 한꺼번에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전남지회
6일 전남 강진군 칠량면 옛 시장터 주변 26m²(약 8평) 남짓한 단층 흙집. 곧 무너질 듯 낡은 이곳이 강진군에서 유일한 대장간이다. 6년 전 태풍으로 흙집이 일부 무너진 뒤 쇠파이프가 지붕을 지탱하고 있다. 김정옥 씨(71)는 이곳에서 1961년부터 50년 동안 담금질을 하고 있다. 김 씨는 “한 달 손님이 10∼20명에 수입은 10만 원 남짓이지만 호미나 낫을 사러 오는 손님들이 있어 대장간 문을 닫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골 대장간이 사양길로 접어든 것은 농업 기계화와 저가 중국산 호미, 낫 수입 탓이다.

호미나 낫 대신 콤바인이나 예초기를 많이 쓰는 데다 중국산 호미는 2000원, 낫은 4000원으로 김 씨 대장간에서 만든 것의 절반 가격이다. 민영순 칠량면 봉황리 부녀회장(52)은 “중국산 호미는 값은 싸지만 날이 쉽게 나간다”며 “낙지나 바지락을 잡을 때 김 씨 대장간 호미를 애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남에는 장흥, 해남, 목포 대장간 등 6, 7곳이 근근이 명맥을 잇고 있다. 호미나 낫도 각 지역 색깔이 반영돼 넓이나 길이가 다르다고 한다. 만들기 힘든 왼손잡이 호미가 오른손잡이 호미보다 3배 정도 가격이 비싸다. 김 씨는 “숨이 붙어있는 한 담금질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군은 김 씨의 어려운 사정을 접하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전남지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전남지회는 이날 한 60대 기부자가 낸 후원금 5100만 원 중 일부를 김 씨의 낡은 대장간을 새로 짓는 데 쓰기로 했다. 김 씨 대장간은 3월경 공사를 시작해 4월경 완공될 예정이다. 김 씨는 “대장간을 새로 짓게 되면 항상 불씨를 살려놓고 손님들을 기다리며 기부자에게 꼭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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