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터디]수학동아와 함께하는 수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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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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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곡선구간 반지름은 최소 630m… 왜?


언제나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도로. 가만히 다가가 수학 돋보기로 도로 속을 들여다보자.

○ S 라인 도로의 비밀


꽉 막힌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가는 길. 탁 트인 도로처럼 마음도 시원하다. 이대로 쭉 직진만 하면 좋으련만, 자꾸 굽은 길이 나오는 게 못내 아쉽다.

직선은 두 점을 가장 짧게 잇는 선이다. 도로를 직선으로 만들면 목적지까지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다. 하지만 산이나 물이 있으면 도로는 굽을 수밖에 없다. 장애물이 없더라도 도로에 일부러 곡선 구간을 넣기도 한다. 직선 구간을 오래 달리면 운전자가 졸기 쉽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도로는 차가 70초 넘게 직선 구간을 달리지 않도록 만든다. 설계속도를 시속 120km로 만든 고속도로에서는 2.3km마다 곡선 구간을 넣도록 하는 식이다. 여기서 설계속도는 도로를 설계할 때 기준으로 삼는 속도를 뜻한다. 거리 표지판의 속도는 설계속도의 85%에 해당하는 제한속도다.

곡선 구간은 속도를 크게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도로의 회전 반지름이 크면 차는 곡선 구간을 부드럽게 지나갈 수 있다. 회전 반지름이 작으면 도로가 급하게 꺾여 속도를 많이 줄여야 한다. 차가 도로 밖으로 미끄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에서는 곡선 반지름을 630m가 넘도록 만든다. 설계속도가 시속 60km인 도로에서는 곡선 반지름이 150m를 넘어야 안전하다.

보통 곡선 구간이 시작하는 곳에는 ‘완화곡선’을 넣는다. 직선 구간에서 갑자기 곡선 구간으로 바뀌면 운전대를 크게 틀어야 해서 위험하기 때문이다. 완화곡선이란 직선에서 시작해서 점점 곡선의 휘는 정도를 늘여 곡선 구간의 회전 반지름과 같게 맞추는 곡선이다. 이렇게 만든 곡선 구간은 운전대를 천천히 돌리게 만들어 운전자의 졸음을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 도로 잘라 보기

비가 내리면 골목길 여기저기에 작은 웅덩이가 생긴다. 하지만 큰 도로에서는 물웅덩이를 거의 보기 어렵다. 평평하게만 보이는 도로에 무슨 비밀이라도 숨겨진 걸까?

도로에 빗물이 고이면 차가 미끄러지기 쉽다. 그래서 도로를 만들 때 중앙선 부분을 높이고 길 양쪽으로 기울게 해서 빗물을 흘려보낸다. 경사가 크면 물이 더 빨리 흘러내리겠지만 도로의 경사를 무작정 크게 만들 수는 없다. 도로의 좌우 경사가 크면 차가 한쪽으로 쏠리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에 도로가 얼어붙으면 차가 도로 바깥쪽으로 미끄러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도로의 좌우 경사를 1.5∼2.0%로 하는 이유다.

도로의 경사도는 곡선 구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곡선 구간을 도는 차는 곡선 바깥쪽으로 나가려는 원심력을 받는다. 이미 도로에 2%의 내리막 경사가 있는 상태에서 왼쪽으로 급하게 도는 구간이 있으면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곡선 구간은 도로의 바깥쪽을 높게 만든다. 곡선 구간의 회전 반지름이 작을수록 경사를 높이는 식이다.

곡선 구간을 부드럽게 지나게 하려고 마냥 경사를 높일 수는 없다. 곡선 구간에서 길이 막혀 천천히 움직이거나 서 있을 때 도로 안쪽으로 차가 미끄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곡선 구간의 경사도는 설계속도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6%에서 최대 8%까지로 한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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