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세계 첫 상용운행 남산순환 전기버스 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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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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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달 밟자 “스르륵”… 언덕길도 가뿐

21일 서울 남산 순환버스노선에서 운행을 시작한 대형전기버스가 승객을 태운채 남산 순환로를 내려오고 있다.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이 버스는 매연과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1일 서울 남산 순환버스노선에서 운행을 시작한 대형전기버스가 승객을 태운채 남산 순환로를 내려오고 있다.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이 버스는 매연과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윗부분이 부드러운 곡선으로 디자인된 연녹색 버스 한 대가 21일 오전 9시 반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을 부드럽게 빠져나갔다. 버스를 옆에서 보면 천장 가운데 부분이 아래로 내려앉았고 앞 뒷부분은 위로 솟아 영락없이 땅콩을 닮았다.

이 버스에는 배기관이 없다. 휘발유나 경유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전기로 움직이는 전기차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대기 질을 개선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이날부터 남산 순환버스 ‘02’ ‘03’ ‘05’번 노선에 친환경 대형 전기버스를 모두 5대 투입했다. 대형 전기버스가 상용 운행되는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다.

○ 이산화탄소 배출 ‘0’

전기버스 계기판에는 일반 차량에 있는 분당 엔진회전수(RPM) 게이지가 없다. 그 대신 중앙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에코(Echo), 왼쪽으로 리제너레이션(Regeneration)이라고 쓰인 원형 게이지가 있다. 이는 전기 모터로 가는 전력 출력을 나타낸다.

기자는 이날 남산공원 팔각정 휴게소에서 열린 운행 개통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시청 서소문별관∼남산순환로∼팔각정∼명동역에 이르는 구간에서 전기버스를 탔다. 운전사가 가속페달을 밟자 전기버스는 출력 바늘이 30%를 조금 넘는 지점을 가리킬 뿐인데도 남산의 가파른 언덕을 힘들이지 않고 올라갔다.

다시 감속페달을 밟자 전력 게이지의 바늘은 에코에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 리제너레이션 쪽으로 옮겨갔다. 감속하는 에너지로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다는 뜻이다. 버스는 내리막길에서도 제동 시 발생되는 에너지를 모아놨다가 재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 시스템을 부착했다. 남산 전기버스는 최고시속 100km로 1회 충전해 최장 83km가량을 운행할 수 있다.

전체적인 승차감은 일반 압축천연가스(CNG) 버스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전기 모터 소리는 오르막 가속 시에는 기대만큼 작지 않았지만 감속 시나 평지 주행 시에는 일반 버스보다 작게 느껴졌다. 남산 전기버스의 첫 유료 손님은 남산도서관 앞에서 버스를 탄 권혜영 씨(20·여). 도서관에서 볼일을 마치고 명동역에서 내린 권 씨는 “전기차는 처음 타보는데 일반 버스보다 소음이 작은 것 같다”고 말했다.

○ “2014년 남산은 전기차 외 출입금지”

서울시는 남산을 아예 전기차 등 그린카만 드나들 수 있는 ‘그린 카 온리 존(Green car only zone)’으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강종필 서울시 기후변화기획관은 “2014년까지 남산순환로를 다니는 CNG 버스를 모두 전기차로 바꾸고 일반 관광버스로 남산을 찾은 관광객도 의무적으로 전기차로 갈아타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의 계획이 실현되려면 관광객들이 전기차로 환승할 수 있도록 남산순환로 출입구에 일반 관광버스용 주차장을 마련해야 한다. 입구 쪽은 국립극장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지만 출구 쪽 주차장 용지를 새로 설치해야 하는 것이 과제다.

서울시는 2020년까지 전기차 12만 대 보급을 골자로 하는 ‘서울 그린카 스마트 시티’ 조성 계획을 세웠다. 시는 2014년까지 총 377대의 전기버스를 도입할 방침이다. 남산에는 내년 3월까지 차량용 충전기를 2개에서 4개로 늘린다. 면목동 차고지에도 충전기 3개를 새로 설치할 계획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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