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 ‘뮤지컬 도시’ 가능성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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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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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석달만에 10만 관객 첫 돌파 ‘큰 획’
국내 창작공연 활성화와 관광인프라 확충은 숙제

대구에서 10만 관객 돌파 기록을 세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 장면.
사진 제공 파워엔터테인먼트
대구에서 10만 관객 돌파 기록을 세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 장면. 사진 제공 파워엔터테인먼트
대구가 뮤지컬 중심도시로 부상하고 있다. 1990년대 초 뮤지컬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한 곳이었지만 이제 지방 공연 흥행 기록을 세우는 등 새 역사를 쓰고 있다.

○ 새로운 신화 10만 관객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인 ‘오페라의 유령’이 대구에서 10만 관객을 돌파했다. 8월 10일 처음 티켓을 발매한 후 6시간 만에 5300장이 팔렸다. 총 93회 공연 중 14일 현재 유료관객 10만 명을 넘어섰다. 지금도 꾸준히 1000장을 웃도는 예매 관객 수를 보이며 상승세다. 기획사 측은 이달 말까지 2만5000여 명이 추가로 관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추세라면 총 12만5000여 명의 관람이 예상된다. 대구 공연사에 큰 획을 긋는 기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기록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전문가들은 대구 뮤지컬 시장의 가능성을 확증한 계기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지방도시 대구로서 장기공연 도전, 3개월의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10만 관객 돌파’라는 기록을 최초로 세웠다. 기획사 파워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성공에 대해 ‘기업 문화마케팅’이 주요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100여 개 단체 및 기업들이 평균 1500장 이상 구매했다. 관람객 수준이 높아진 점도 작용했다. 장기공연 욕구가 많아졌고 대형작품이 연이어 선보이면서 수요도 높아졌다. 이철우 파워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공연 관람객 10만 명 중 4만 명이 타 지역 사람이었다”면서 “이번 흥행 돌풍은 대구뿐만 아니라 인접 중소도시 문화 수요의 동반 상승으로 인한 효과”라고 분석했다.

○ 새 역사 신호탄인가

1990년대 대구에는 변변한 뮤지컬 공연장조차 없었다. 이 무렵 지역에는 대백예술극장, 대구시민회관, 문화예술회관 등이 고작이었다. 대구 뮤지컬 시장 도입시기인 1990년대 중반부터 상황이 역전됐다. 1996년 브로드웨이 42번가를 시작으로 명성황후, 캣츠(CATS), 미스사이공, 노트르담드파리 등의 장기공연과 지킬앤하이드, 맨오프라만차 등의 대형 작품들이 속속 대구에서 막이 올랐다. 공연 수요가 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대학들의 지원도 이어졌다. 2003년 오페라하우스 개관을 비롯해 계명아트센터, 천마아트센터, 대구시민회관, 대구학생문화센터, 수성아트피아, 동구문화체육회관 등 객석 1000석이 넘는 대형 극장이 연이어 설립됐다. 대형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는 인프라만큼은 갖춰진 셈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번 오페라의 유령 공연 기록이 지역 시장 규모를 더욱 커지게 할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구가 뮤지컬 도시로 확고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외국 대형 뮤지컬 수입이 늘면서 창작 의지가 약화되고 국내 공연산업을 위축시키는 점은 문제다. 20, 30대 특정 연령층에 편중된 공연이 성행하는 것도 개선해야 할 점이다.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처럼 공연 외에 풍부한 관광 인프라가 없는 것도 약점이다. 김완준 계명아트센터 관장은 “오페라의 유령을 통해 대구가 뮤지컬 중심도시로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그들의 선진 공연기법, 제작 방식 등의 노하우를 배워서 우리만의 창작 작품을 만드는 것은 과제로 남았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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