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천市-시민단체 ‘도서관 정책’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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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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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대표도서관으로 지정되긴 했지만 부산, 대전의 대표도서관에 비해 보유 장서가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예산 부족으로 각종 프로그램 개발에도 빠듯한 상황이에요.” 인천시의 대표도서관인 미추홀도서관 운영 실무자가 토해내는 어려움이다. 이곳은 도서 정책을 수립, 지원하고 도서 진흥 협력사업을 펼쳐야 하는 지역 대표도서관이다. 대표도서관은 인천과 부산, 대전, 제주 등 4개 지역에만 지정돼 있다. 인천은 공공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구색은 갖췄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허점투성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 임시방편의 공공도서관 정책

최근 미추홀도서관에서 열린 박재동 화백 전시회 때 인천시립교향악단의 현악4중주 연주가 펼쳐졌다. 인천지역 공공도서관은 이처럼 문화예술, 평생학습, 독서진흥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지만 예산 문제와 도서정책 표류 등으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인천시
최근 미추홀도서관에서 열린 박재동 화백 전시회 때 인천시립교향악단의 현악4중주 연주가 펼쳐졌다. 인천지역 공공도서관은 이처럼 문화예술, 평생학습, 독서진흥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지만 예산 문제와 도서정책 표류 등으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인천시
13일 인천시의회에서 시의원, 시 실무자, 시민단체 대표 등이 만나 인천시가 추진하려는 ‘도서관협회’ 설립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수봉, 영종, 율목 등 인천시 산하 3개 도서관을 운영할 ‘도서관협회’ 설립이 부당하다는 시민단체 지적이 받아들여졌다. 이에 따라 도서관협회 설립을 위한 조례 개정을 유보하기로 하고, 인천문화재단이 이 3개 도서관의 위탁운영권을 올해 말에서 3∼6개월간 연장해 맡기로 했다.

인천에는 30여 개의 공공도서관이 있는데 인천시교육청이 직영 또는 위탁운영 중인 8개 도서관을 제외하고는 운영 주체가 문화재단, 종교단체, 시설관리공단 등으로 다양하다. 이렇다 보니 도서 정책의 통일성과 체계적인 행정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프로그램 교환 등 효율적인 도서 진흥 정책이 펼쳐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공공도서관을 대표, 거점 형태의 직영체제로 전환하는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을 세웠으나 2008년 ‘작은 정부’를 표방하는 정부 정책에 막혀 시행을 못하고 있다. 대신 신설된 3개 공공도서관의 운영을 인천문화재단에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위탁하는 응급책을 내놓았고 시민단체의 ‘도서관 위탁 반대운동’이 벌어졌다. 시민단체들은 “도서관 인프라와 서비스 수준이 취약한 상황에서 재단이나 협회를 통한 위탁운영은 편법이고 공공성을 약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시는 이런 지적에 대한 해결책으로 도서관 직영을 위한 비영리법인 설립을 들고 나왔지만 또 다른 반발에 부닥쳤다. 인천시 관계자는 “공무원 총액인건비제에 걸려 도서관 직원 채용이 어렵기 때문에 비영리법인을 설립해 도서관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좋다”며 도서관협회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 열악한 도서 인프라

시는 내년부터 미추홀도서관 주도로 유아 때부터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는 ‘북 스타트 운동’을 펼치기로 했으나 예산 문제 때문에 본예산에 이를 위한 사업비를 한 푼도 반영하지 못했다. A공공도서관 사서는 “북 스타트 운동을 논의하려고 실무자들이 모였는데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소리를 듣고 황당했다”며 “생후 18개월까지 책 꾸러미를 주고 어머니와 유아를 대상으로 도서교육을 진행하기로 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기초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도서관의 경우 운영자 난립에다 시설도 열악한 상황이다. 중구, 동구, 남동구에는 이런 공공도서관조차 없다. 남구는 학나래, 관교, 석바위 등 9개 도서관을 직영하고 있지만 대부분 주민자치센터 내 1개 층에 자리 잡은 ‘문고형 도서관’ 수준이다. 부평구, 서구, 계양구에도 1∼3개의 공공도서관이 있지만 농협, 경영자총협회, 종교재단, 시설관리공단 등에 운영을 위탁해 강사나 프로그램 교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서울시, 경기도처럼 도서관정책팀이나 도서관운영팀을 두지 않고 있어서인지 인천시 도서 정책에는 일관성이 없다”며 “논란 많은 도서관협회 설립보다 도서관 발전을 위한 정책 뼈대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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