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시민위, ‘상식’이 뒷심… 들러리 우려 씻고 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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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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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몽 기소… ‘연평도 유언비어’ 영장 재청구… 폭력남편 살해 할머니 구속 취소

9일 서울중앙지검에서 택시운전사, 시장 상인, 전직 교사 등 일반시민 9명이 참석한 검찰시민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검찰이 검찰시민위에 올린 안건은 두 가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인터넷에 “북한이 전쟁용 폭탄 대신 화염탄을 쏴서 피해가 적었으므로 남한은 고마워해야 한다”는 글을 올린 신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와 연인인 남녀 사이에 일어난 이른바 ‘데이트 강간’ 사건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을 기소할지였다.

시민위는 신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해야 한다는 검찰의 의견에 찬성했다. 신 씨가 앞서 다른 사건(뺑소니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돼 집행유예 기간이고 천안함 사건 때도 인터넷에 비슷한 글을 올렸다가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으면서도 자숙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법원은 14일 신 씨의 구속영장을 또다시 기각했다. 시민위는 가해 남성과 피해 여성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 ‘데이트 강간’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의 기소 의견과 달리 “혐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으니 좀 더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 출범 4개월만에 안착

‘검사 향응·접대’ 사건이 터진 직후인 올해 8월 말 검찰이 기소독점권 통제장치로 도입한 검찰시민위가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당초 이 제도가 도입됐을 때는 검찰이 혐의입증이 어렵거나 부담이 큰 사건의 결정을 떠넘길 것이라거나, ‘보여주기’ 식으로 가벼운 사건들만 맡기지 않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검찰시민위는 ‘검찰의 지원자’이자 ‘검찰 내 야당’이라는 두 가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검찰시민위가 꾸려진 이후 10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회의를 열었다. 안건은 기소 적정성 여부 3건, 구속영장 재청구 2건 등 모두 5건이었다. 검찰시민위는 이 중 병역기피 목적으로 생니를 뽑았다는 의혹을 산 가수 MC몽 기소와 연평도 포격 관련 허위사실 유포 등 3건에서는 검찰과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검찰이 구속영장 재청구 의견을 제시한 완구업체 사장의 400억 원대 해외법인 탈루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세금을 낼 뜻을 밝힌 만큼 법원의 판단대로 불구속 기소하라”는 의견을 내는 등 2건은 검찰과 반대되는 의견을 냈고 이는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 피의자에 혐의 해명 기회 줘야

법 조항이 최우선 판단 기준인 판검사와 달리 일반인의 ‘상식’이 형사사건 처리에 반영된다는 점은 검찰시민위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광주지검 순천지청 검찰시민위가 지난달 56년 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을 살해한 유모 할머니(76)에 대해 구속취소 처분을 내린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검찰이 주도하는 진행 절차상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힘들다는 점은 검찰시민위가 보완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된다. 검사가 시민위원들에게 사건 내용을 설명하면서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만큼 피의자도 자신의 혐의에 대해 서면이나 구두로 해명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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