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개도국 저임금 벨트 무너질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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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글라데시 임금 유혈 시위에 해외진출 기업들 비상

한국 의류업체인 영원무역의 방글라데시 공장에서 11일 촉발한 의류부문 노동자들의 소요사태와 관련해 개발도상국에 진출한 다른 한국 기업도 노무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의 해외 생산기지로 떠오르던 중국-동남아-서남아의 저임금 벨트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본보 13일자 A12면 참조 방글라 한국섬유공장 “임금인상” 유혈 시위

1980년대 후반부터 인력난과 높은 임금 상승률로 국내 생산 여건이 악화되면서 국내 기업은 저임금 국가로 생산기지를 옮겼다. 최근에는 중국마저 임금이 비싸지자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방글라데시, 라오스, 미얀마까지 진출 지역을 넓혀가고 있다.

○ 임금문제 왜 터졌나

방글라데시 사태는 임금 문제가 발단이 됐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11월 1일부로 새로운 임금체계를 시행했다. 새 임금안은 비숙련 노동자들에게 등급에 따라 매월 39∼109달러(약 4만5000∼12만5000원)의 최저임금을 보장하도록 했다. 그러자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숙련 노동자들이 자신들에게는 임금 인상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렸고 이달 들어 현지 외국 기업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영원무역 사태에 앞서 12월 초 한국 의류업체 ‘Haewae(해외)사’에서도 임금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거센 폭력 시위를 벌였다.

영원무역은 6일 최저임금 인상분에 맞춰 월급을 지급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조정 대상이 아닌 숙련공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11일 노사 미팅을 통해 내년 1월부터 임금을 올려주기로 합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11일 괴한이 침입해 공장을 점거하고 기물을 부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영원무역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외국 투자기업을 공격함으로써 정부에 대한 불만을 더 크게 이슈화하려는 외부 세력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지 공장 6곳과 공단 1곳을 폐쇄했던 영원무역은 방글라데시 노동부 장관이 영원무역 성기학 회장에게 안전을 절대적으로 보장하겠다고 해 14일부터 공장을 재가동할 계획이다.

○ 다른 업체들도 불똥 튈까 우려

방글라데시 사태를 계기로 개발도상국에 진출한 다른 의류업체 등 노동집약적 기업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베트남, 니카라과, 인도네시아, 중국 등 4곳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세아상역 관계자는 “해마다 최저임금이 10%씩 올라가는 상황이라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에 공장이 있는 한 의류업체 관계자는 “1만 명에 이르는 베트남 노동자들이 오전에 요구사항을 내놓으면서 들고 일어났다가도 사측에서 ‘들어주겠다’고 하면 오후에는 해산하는 일이 간혹 있다”면서 “방글라데시 사태의 분위기가 베트남으로 옮겨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KOTRA는 방글라데시 소요 사태를 계기로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노무 현황을 파악하고 긴급 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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