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수능’ EBS 연계 효과 거의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7일 1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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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 언어·수리·외국어(영어) 등 기본 영역이 작년보다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되면서 EBS 교재연계 정책이 사실상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수능 채점 결과에 따르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언어 140점, 수리 가형 153점, 수리 나형 147점, 외국어 142점으로 작년 수능보다는각각 6점, 11점, 5점, 2점 높아졌다.

또 만점자도 수리 가형이 역대 최소인 35명에 그치는 등 대부분 확 줄었다. 수험생들이 체감하기에 올해 수능이 그만큼 어렵게 출제됐다는 뜻이다.

물론 작년 수능이 상대적으로 쉬웠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고 시험이 어려워지면 그만큼 변별력이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를 내는 면도 있어 어려운 수능이 반드시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다.

하지만 올해 수능은 교육 당국이 EBS와 연계해 출제하겠다고 누누이 강조하면서수험생들 사이에서는 `EBS만 열심히 공부하면 잘 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던 게 사실이다.

교육 당국이 수능-EBS 연계 정책을 강화한 것은 사교육을 잡자는 목표 때문이다. `준 공교육 기관' 성격의 EBS 수능 교재와 강의만 잘 활용하면 수능을 보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었다.

그래서 30~40%대에 그쳤던 연계율을 올해는 전 영역에서 70% 이상으로 끌어 올린 것이다.

그럼에도 시험 직후부터 어려웠다는 반응이 나오고 실제 채점 결과도 그렇게 나타나자 교육과학기술부와 평가원은 상당히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교육 당국이 이번에도 `양치기 소년'이 되고 말았다는 말까지 나왔다.

평가원은 "EBS 교재의 문항을 그대로 출제하지 않고 개념, 원리 파악이 필요한 문항으로 변형해 출제하다 보니 수험생들이 어렵게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EBS 교재의 지문, 보기 등을 활용했기 때문에 외형상 연계율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문항을 똑같이 출제하지 않고 변형·응용한 것이 대부분이라 연계 체감률은 높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성열 교육과정평가원장은 "작년보다 어려웠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내년에는 학생들이 비교적 어렵게 느끼지 않도록 출제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EBS 연계 정책이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시험의 본질인 변별력을 고려한다면 연계율 상승으로 인해 시험이 너무 쉬워져서는 곤란해 문항을 변형·응용 출제하는 것이 당연하다.

교육적으로도 EBS 교재를 단순 문제풀이 식으로 학습하는 데 그치지 말고 기본 개념과 원리에 충실한 방향으로 공부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어렵게 출제되면 올해처럼 `과연 연계 효과가 뭐냐'는 지적이 또 제기될수 있고 EBS 문제풀이를 위한 사교육이 성행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심층학습을 하지 않고 EBS 문제풀이 만으로는 고득점을 받을 수 없게 된다면 결국 사교육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퍼지게 되고 공들여 내놓은 EBS 연계 정책이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

EBS 연계율 70%라는 방침을 `숫자 놀음'으로 평가 절하하는 반응도 나온다.

서울의 한 고교 진학담당 교사는 "EBS 연계라는 건 허상이다. 기본 원리와 개념을 알아야 풀 수 있는 것이라면 연계되지 않는 문제집이 어디 있느냐"며 "아이들 입장에선 학습 부담이 절대 줄어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육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수험생들의 허탈감, 배신감이 클 것이고 사교육 부담 경감이라는 정책 목표도 사실상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면서 "이번 수능을 반면교사로 삼아 EBS 연계 정책을 재검토하고 학교 수업을 충실히 들어야 시험을 잘 볼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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