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한일관계 구축’ 앞장선 정재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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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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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나오토 총리의 사죄 담화와 日시민단체 ‘독도 한국땅’ 성명, 강제병합 100주년 최대 성과”

정재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한일강제병합 100년이라는 ‘시간의 마디’가 갖는 의의는 100년 전 고래 싸움의 ‘새우’에서 ‘돌고래’로 커진 한국의 위상을 우리 스스로가 자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동북아역사재단
정재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한일강제병합 100년이라는 ‘시간의 마디’가 갖는 의의는 100년 전 고래 싸움의 ‘새우’에서 ‘돌고래’로 커진 한국의 위상을 우리 스스로가 자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동북아역사재단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은 올해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담화를 발표하고, 일본 시민단체들이 독도가 한국의 영토임을 인정하는 성명을 낸 것이 가장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동북아역사재단 정재정 이사장(59)은 23일 ‘한일강제병합 100년’의 성과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올해 ‘한일강제병합 100년’이라는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강제병합 100년을 주제로 한 국제학술대회를 작년과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3개년에 걸쳐 이어가고 있으며 안정적인 한일관계 구축을 위해 한일 시민사회 및 정계·재계·학계 간의 네트워크 구축에도 열성을 쏟았다.

정 이사장은 “일본 총리의 담화는 ‘한국병합’의 평가를 교묘하게 피해 가는 형태로 볼 수도 있지만 ‘한국인의 의사에 반해서 식민지 지배’를 했다는 표현이 들어간 것은 한국병합의 강제성을 인정했다고 해석할 수 있어 이전보다 한 걸음 나아간 담화였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특히 당시 일본 민주당 정권의 지지기반이 상당히 취약했는데도 이 같은 담화를 낸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 이사장은 “일본 정부가 한국 병합의 강제성을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한 만큼 앞으로 일본의 교과서 기술 등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의미 있는 일로 그는 8월 말 한일 시민단체 117곳이 공동으로 조직한 ‘강제병합 100년 한일시민대회’에서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인정하는 내용을 포함한 ‘한일시민공동 선언문’을 발표한 것을 꼽았다.

“선언문에 참여한 일본의 37개 시민단체는 한일병합과정의 강제성과 불법성은 물론이고 일본이 한국을 침략하는 과정에서 독도를 빼앗은 것이란 사실을 인정했죠. 일본의 많은 시민단체들이 공식적으로 독도는 한국 영토임을 밝힌 것은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정 이사장은 7월 말 한일의 정재계 인사들이 참여한 ‘한일 여론지도자 심포지엄’과 8월 말의 한일시민대회도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계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정재계 분야에서 한일 관계가 더욱 두터워진 점을 들었다.

정 이사장은 “100년이라는 큰 시간의 흐름에서 보면 1910년 한일강제병합, 1965년 한일협정, 1995년 무라야마 담화,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2010년 간 나오토 총리 담화 등 갈수록 일본의 태도는 조금씩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양국 시민사회의 성숙, 경제 발전, 자유민주주의 체제 등의 공통점 때문에 앞으로 100년 후에는 한일강제병합을 임진왜란처럼 온전히 역사 문제로 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이사장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지위 변화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부여했다.

“100년 전 세계열강들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 거절당했던 한국이 올해는 세계 주요 20개국을 초청해 G20 정상회의를 개최했습니다. 100년 전 한국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었던 일본을 이제는 하나의 ‘변수’로만 여길 만큼 대한민국이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것이죠. 이를 자각하는 것이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은 진정한 의의라고 생각합니다.”

한일관계의 전망에 대해서 그는 “내년 3월 일본의 중학교 지리교과서에 독도를 자국의 영토로 명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외교력을 총동원해 지금까지 구축한 한일관계가 퇴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양국 우익 세력의 편협한 시각에 휩쓸리지 말고, 학계와 시민단체 등 민간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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