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 구조조정-국립대 법인화… 보름 넘기면 또 해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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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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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법안 8개 국회 표류

여야 의원이 모두 자리를 비운 올 1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장. 당시 법안심사소위는 취업후 등록금 상환제(ICL) 도입 논란으로 두 차례 연기된 끝에 열릴 수 있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여야 의원이 모두 자리를 비운 올 1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장. 당시 법안심사소위는 취업후 등록금 상환제(ICL) 도입 논란으로 두 차례 연기된 끝에 열릴 수 있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교육과학기술부가 중점 추진하고 있는 사립학교법 등 교육 법안 8개가 국회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주로 2008년과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이 법안들은 여야가 소모적인 힘겨루기를 벌이면서 협상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했다.

법안심사 기간이 좀 남아 있지만 이달 하순까지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법안 통과가 어렵다. 예산심사 소위원회가 늦어지는 바람에 17일로 예정됐던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체회의도 하루 미뤄졌다.

교과부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국회가 총선 모드에 들어가기 때문에 법안 심사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며 “18대 국회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법안 통과에 힘을 쏟고 있지만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했다.

○ 대학 개혁이 마지막 고비


교과부는 현 정부 출범 때 잡은 교육 개혁 목표 중 초중등 분야는 상당 부분 자리를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교원평가 법제화를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 사교육비 절감 정책 등이 상대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대학 교육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이다. 2016년이면 대학 입학 정원이 고교 졸업생보다 많아지지만 대학 구조조정은 여전히 암초에 걸려 있다. 이주호 장관이 의원 시절부터 강조한 국립대 법인화도 갈 길이 멀다. 일반회계와 국비회계 등으로 칸막이가 쳐진 국립대 회계 처리 방식도 골머리를 썩게 만든다. 한 교과부 관계자는 “대학 교육이 뒤따라주지 않으면 초중등 분야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변화도 결국에는 도루묵이 되고 말 것”이라며 답답해했다.

교과부가 ‘8대 중점 추진 법안’ 중 사립학교법, 사립대학 구조개선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국립대학 재정·회계법, 국립대학법인 서울대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등 4가지를 ‘급한 불’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교육이 가장 좋은 정치 수단?

교과위는 18대 국회 들어 접수한 법안 557건 중 129건(23.2%)만 처리했다. 전체 평균 39.4%보다 16.2%포인트 낮은 수치다. 여야 의원들이 법안 처리를 정치적 무기로 삼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올 초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교과위 민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이 발의한 학교체육법안을 부결시켰다. 안 의원이 ‘지방교육자치법안과 학교체육법안을 함께 처리하자’고 주장해 합의가 이뤄졌지만, 정작 지방교육자치법안은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학교체육법안만 통과했기 때문이다.

국정감사 현장에서도 여야 갈등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교과위는 18대 국회 출범 이후 매년 국정감사 파행 사태를 겪었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 “오늘도 파행하면 나 스스로를 국회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말했지만 올해도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한 시민단체는 ‘국정감사 워스트 상임위’로 교과위를 꼽기도 했다.

교과위가 이처럼 ‘불량 상임위’가 된 근본적인 이유로 ‘교육의 정치화’를 꼽는 이가 많다. 한 교육학자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란 말이 요즘처럼 무색한 때가 없었다”며 “정치인이 자기 정치 철학에 따라 반대하는 교육 정책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별 쟁점이 없는 법안도 정치 논리에 밀려 정처 없이 떠내려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 서울대 법인화 속만 탄다 ▼

서울대법인화법 얘기만 나오면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좌절감부터 토로한다. 지난해 12월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그 즉시 국회에 법안을 제출했지만 아직 상임위(교육과학위원회)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서상기 한나라당 의원은 16일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올해 안에 법이 통과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야당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야당 의원들은 “서울대를 법인화하면 다른 국·공립대와의 균형이 무너지고 대학 교육의 공공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사립대 수준으로 등록금이 오를 것이란 의심도 있다. 또 서울대 법인화가 여건이 부실한 다른 국·공립대 법인화에 획일적 잣대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도 반대 이유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은 “법 비판한다.

정치바람을 타고 학내 분위기도 다시 갈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15일에는 서울대 학장단이 국회를 찾아 조속한 법안 통과를 요구했지만 16일에는 법인화 반대 공동대책위원회가 “학장단이 멋대로 서울대 구성원 뜻이 담겼다고 주장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장관은 “서울대가 세계 50위 안에라도 들려면 법인화 외에 다른 길은 없다”며 버티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법인화가 되면 등록금이 오른다고 하는데 지금도 국립대는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책정하고 있다. 올해 초 등록금상한제를 도입하는 등 대책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교육의 공공성에 훼손될 것이란 우려에도 “법안에 서울대 법인은 수익사업보다 교육·연구에 전념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초학문을 육성하기 위한 대책을 계획 및 수립해야 한다는 내용 역시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특혜 논란과 획일적 법인화에 대해서는 “법인으로 연착륙하려면 자산 및 재정 지원은 꼭 필요하다. 또 각 대학의 역량 및 여건을 지켜보며 각기 다른 기준으로 법인화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라며 “일본이 2004년 국·공립대를 획일적으로 법인화하려다 부작용을 낳은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으려 한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법인화로 국가공무원에서 법인 직원으로 신분이 바뀌는 교직원 처우에 대한 대책도 마련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고용을 자동 승계토록 하고 연금 역시 공무원연금 수준으로 최장 20년간 보장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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