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 폐지’ 무안군의 실용행정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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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예산 백련축제, 상품 판매수익 2억 그쳐
내년부터 상설 문화인프라 - 산업지원 전력

전남 무안군 일로읍에는 국내 최대 규모 백련(白蓮) 서식지인 ‘회산 백련지’가 있다. 둘레가 3km, 면적이 33만여 m²(약 10만 평)로 여름이면 하얀 연꽃이 만발해 장관을 이룬다. 광대한 수면에 심어진 백련을 보려고 연간 30만 명이 다녀간다. 무안군은 1997년부터 이곳에서 매년 백련축제를 개최했다. 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전남도 대표축제로 5차례나 선정될 정도로 인기였다. 무안군은 고심 끝에 이 축제를 내년부터 열지 않기로 했다. 전국 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축제를 열고 있는 상황에서 무안군이 하나밖에 없는 축제마저 없앤 이유는 뭘까.

○ 지역축제 없앤 무안군의 실험

무안군에서는 한 해 최고 5개의 크고 작은 축제가 열렸지만 구조조정을 통해 백련축제 하나만 남겨놓았다. 국화축제로 알려진 국화전시회는 1997년부터 8년간 열다가 폐지했다.

무안군이 대표 축제인 백련축제마저 없애기로 한 것은 적지 않은 예산투자에 비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4, 5일간 축제를 여는 데 드는 예산은 3억∼5억 원. 그러나 축제 기간 입장료 수입은 3000만 원 안팎인 데다 백련 상품 판매 등 매출도 2억 원에 그치고 있다. 축제에 공무원과 노인들이 대거 동원되는 등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도 한 이유다.

박기수 무안군 관광기획담당은 “2001년 이후 관람객 수가 계속 줄고 연꽃이 피는 여름철 무더위 속에 축제를 개최해야 하는 계절적인 요인도 축제 개최를 다시 검토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 백련지, 사계절 관광지로 육성


전국 244개 자치단체가 한 해 개최하는 축제는 1300여 개로 이 중 대표성 있는 축제만도 300여 개에 이른다. 무안군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축제 없는 자치단체를 선언하자 일부에서는 전국에 지역 특산품을 알리는 축제가 하나도 없다는 것은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무안군은 지역경제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단체장 홍보용 행사로 전락한 축제 대신 관련 예산을 사계절 관광객이 찾는 테마경관 사업에 쓰기로 했다. 회산 백련지를 예술이 살아 숨쉬는 문화콘텐츠의 장으로 만드는 사업도 구상 중이다.

일로읍은 4000회 공연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연극 ‘품바’의 발상지다. ‘품바’의 연출자 김시라 씨(2000년 작고)의 생가도 있다. 무안군은 지역문화자원을 활용해 내년에 백련지에서 품바 공연을 상설화하고 군립국악원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주민 소득을 올리기 위해 연을 활용한 가공식품 개발과 판매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서삼석 무안군수는 “경쟁력을 잃어가는 축제에 주민 혈세를 계속 쏟아 부을 수 없어 과감히 폐지키로 했다”고 말했다.

무안=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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