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총회 뭘 논의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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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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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막을 인공우산 만들자”



“지구온난화로 히말라야 만년설이 수십 년 안에 사라진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작성한 기후변화 평가보고서(2007년)에 나온 연구결과다. ‘설마’ 하면서도 은연중에 ‘혹시’ 하면서 걱정하게 한 이 결과에 본격적인 의문이 생긴 것은 지난해 ‘기후게이트’가 터지면서부터. 1988년 11월 세계기상기구와 유엔환경계획이 함께 설립한 IPCC는 각국 과학자가 참여해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대응전략 등을 담아 정부 간 협상의 근거자료로 쓰일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펴내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IPCC 연구자들의 e메일이 해킹당하는 과정에서 일부 과학자가 지구온난화를 주장하기 위해 데이터를 왜곡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진실은 뭘까. 기자는 14일 부산을 찾았다.

○ 국내에서 처음 열린 IPCC 총회 가보니

이날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IPCC 제32차 총회(11∼14일) 폐막식에는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기후게이트 이후 처음으로 열린 총회였기 때문이다. 라젠드라 파차우리 IPCC 의장을 비롯해 194개 회원국 대표 등 400여 명은 기후게이트에 대한 대책과 5차 평가보고서 가이드라인을 논의했다.

이날 IPCC 지도부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후변화 오류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연구자 선정 강화 △연구자 교육프로그램 가동 △기후변화보고서 감수 등 검증시스템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4차 보고서의 어느 부분이 오류인지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기자회견장 분위기는 다소 경직됐다. 지구온난화를 경고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함께 노벨 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집단답지 않게 기자들의 질문에 대부분 두루뭉술하게 대답했기 때문이다. ‘히말라야 만년설이 2035년까지 사라진다’는 4차보고서의 내용도 영국의 한 과학 잡지에 실린 인도 학자의 발언을 검증 없이 인용한 것으로 드러나 IPCC의 신뢰도는 크게 훼손된 상태다. 유엔 의뢰로 국제아카데미위원회(ICA)가 8월 IPCC 개혁 조치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을 정도.

이날 IPCC는 “조직을 개혁할 것”이라며 “이를 구체화할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개혁 방침은 없었다. ‘일부 오류는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지구온난화 위기는 틀리지 않았다’는 분위기였다. 올 7월 미국 해양대기관리처(NOAA)는 북극 얼음이 녹고 해수면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반면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중 인간이 야기하는 양은 3% 내외라는 결과 등 지구온난화가 과장됐다는 연구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런 논쟁에 대한 IPCC의 명쾌한 가이드라인을 듣고 싶었지만 희망에 불과했다.

○ 5차 보고서는 ‘기상이변에 대한 인간의 방어수단을 중심으로’

이날 폐막과 함께 2014년 발표될 제5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의 윤곽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5차 보고서는 기후변화 현상 자체와 그 예측에 집중했던 이전 보고서들과 달리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론’에 초점을 두고 있다. 5차 보고서는 구름과 에어로졸(대기를 떠도는 미세한 고체 또는 액체 입자), 해수면 상승, 극한 기후 등 이전까지 다뤄지지 않았던 기후변화 요소와 지구공학(geo-engineering), 재생에너지 등 기후변화에 대한 대안 등 크게 두 축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지구공학 분야. 지구공학이란 지구온난화를 막는 수단으로 과학(공학기술)을 이용한다는 것. 현재 수백만 t의 에어로졸을 인공적으로 발생시킨 후 지구 성층권을 뒤덮게 해 태양 빛을 반사시키는 인공우산, 원반 모양의 유리판을 우주로 올려 햇빛을 막는 인공양산,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인공나무 등이 연구되고 있다. 또 풍력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연구도 중점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1990년 발간된 1차 보고서는 지구온난화를 과학적으로 증명해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억제 노력을 촉구하는 유엔기후변화협약(1992년)을 발족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온실가스가 인간에 의해 유발됐다는 결과를 도출한 2차 보고서(1995년)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다룬 교토의정서가 1997년 채택됐다. 3차 보고서(2001년)는 미래 기후변화에 대한 예측값을 다뤘고 4차 보고서는 기온 상승에 따른 미래 지구의 모습을 제시했다. 차기 총회는 내년 5월경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다.

부산=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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