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국제중 ‘불패’… “외고진학 불리해졌지만 질 높은 교육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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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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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내신제’ 폐지 불구 경쟁률 여전히 강세
“대부분 과목, 영어수업… 팀프로젝트 많아 자기주도학습 도움”
“외고 도전 성적 안되면…” 일부 학부모 유학 등 ‘3년뒤’ 미리 대비

비교내신제 폐지로 시들해질 것이라 예상됐던 국제중의 인기가 여전하다. 국제중에 지원한 학생과 학부모는 “국제중의 우수한 교육환경이 그 이유”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하늘교육이 주최한 ‘국제중 특목고 입시 설명회’ 현장. 동아일보 자료사진
비교내신제 폐지로 시들해질 것이라 예상됐던 국제중의 인기가 여전하다. 국제중에 지원한 학생과 학부모는 “국제중의 우수한 교육환경이 그 이유”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하늘교육이 주최한 ‘국제중 특목고 입시 설명회’ 현장. 동아일보 자료사진
《“국제중에 지원하도록 하는 게 좋을지, 하지 않는 게 좋을지 고민했어요. 그동안 준비한 게 아깝기도 하고 자칫 아이의 공부의욕이 꺾일까 봐 일단 지원은 했는데…. 잘 결정한 건지 판단이 서지 않아요.”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둔 어머니 김모 씨(44·서울 강남구)는 6일 서울시내 한 국제중에 원서접수를 마쳤다. 딸이 외교관이란 꿈을 이루기 위해선 ‘국제중→외국어고→서울시내 명문대 정치외교학과’ 순으로 진학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한 김 씨. 이후 그는 매년 국제중 입시설명회에 참석해 정보를 모으는 한편 수시로 딸의 성적표를 들고 사교육업체를 찾아 진로컨설팅을 받았다. 지난해 여름방학 때는 딸의 ‘경험’과 ‘스펙’을 위해 캐나다로 2개월간 어학연수를 보내기도 했다.》
얼마 전 ‘딸을 반드시 국제중에 보내야 한다’는 김 씨의 결심이 처음 흔들렸다. 지난달 13일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이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 입시에서 국제중 졸업생에게 비교내신점수를 적용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왔던 ‘비교내신제’를 전격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기 때문. 만약 딸이 국제중에 진학한 후 영어 내신성적이 상위 4% 이내에 들지 않을 경우 외고 진학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한바탕 큰 혼란을 겪었던 국제중 원서접수가 마무리됐다. 혼란의 가장 큰 이유는 비교내신제 폐지. 비교내신제 폐지로 국제중 졸업생들의 외고 및 국제고 진학이 어려워진 탓에 대다수 입시전문가는 “내신 혜택이 없어진 올해 국제중의 입시 경쟁률은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을 크게 빗나간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24일 원서접수를 마감한 청심국제중의 경쟁률은 16.3 대 1. 지난해 경쟁률(15.4 대 1)보다 오히려 상승했다. 입시전문가들에 따르면 6일 원서접수를 마감한 서울 대원중과 영훈중도 경쟁률이 10 대 1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률이 절반 이상 떨어질 것이란 예측을 뒤엎고 올해 국제중 경쟁률이 변함없이 높았던 이유는 뭘까?

○ 당장의 특목고 입시보다 교육환경이 우선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들은 ‘우수한 교육의 질’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올해 청심국제중에 지원한 딸을 둔 어머니 김모 씨(44)는 “국어와 국사를 제외한 대부분 과목을 영어로 수업해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유학을 다녀온 수준의 영어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라며 “팀 프로젝트 등의 활동이 많아 요즘 대입에서 중시되는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기를 수 있단 점도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우수한 학생들이 모이면 자녀의 학습 환경도 좋아질 것이란 기대도 특목고 입학에 불리하다는 당장의 문제를 뛰어넘는 데 한몫을 했다.

올해 서울 대원중에 지원한 아들을 둔 어머니 박모 씨(42·서울 강동구)는 “입시설명회 때 ‘인삼밭에 쑥이 있으면 쑥도 인삼의 효능이 생기기 마련’이라는 교감선생님의 말이 와 닿았다”면서 “일반 중학교에 가 ‘혹시 불량학생들과 어울려 놀지 않을까’ 하는 불안에 떨기보다는 국제중에 진학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제중 입시에도 자기주도학습 전형이 도입돼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외부 경시대회 실적 없이 학교 내신성적만 좋은 학생들’이 대거 지원하게 된 점도 경쟁률 상승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학부모는 “영어 공인인증점수나 교외 경시대회 수상경력이 없어도 합격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아이에게 국제중 지원을 권했다”면서 “아이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한다면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외고 포기하고 자율고·일반계고 진학 고려하기도

국제중 원서 접수는 마감됐지만 아직 학부모들의 고민은 남아있다. ‘우리 아이가 국제중에 진학한 뒤 성적이 떨어지면 어떻게 할까’ 걱정하는 것. 일부 학부모는 “중2 때까지의 내신 성적이 외고에 진학할 수준이 못 된다면 일반 중학교 전학이나 유학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중 원서접수와 동시에 대비책 마련에 발 벗고 나선 학부모도 있다. 올해 서울 영훈중에 지원한 아들을 둔 어머니 지모 씨(45·서울 강북구)는 1주일동안 유학업체를 찾아다니며 ‘한국 중학교를 다니다 외국 고교에 진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중학생이 안전하게 공부할 수 있는 나라는 어디인지’ 등을 알아봤다. 그가 다닌 유학업체만 벌써 서너 곳.

지 씨는 “합격 발표도 나기 전에 아들의 사기가 떨어질까 두려워 눈치 채지 못하게 유학업체를 찾아다녔다”면서 “(국제중에 진학한 이후) 아들이 잘할 것으로 믿지만 혹시나 외고 진학이 어려워질 경우 다음 방편을 마련해두는 게 현명할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외고 진학을 포기하고 자율고나 일반계고 진학을 염두에 두는 학부모도 있다. 청심국제중에 지원한 아들을 둔 어머니 조모 씨(45·경기 화성시). 그는 중학교 3년 동안 전교 4등 아래(상위 4%)로 한 번이라도 떨어지면 외고 진학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아들과 논의한 끝에 국제중에 합격할 경우 외고 진학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전 과목 성적을 고르게 평가하는 민사고나 하나고로 목표를 바꿨다.

일반계고도 고려한다. 대학진학 실적이 좋은 일반계고가 오히려 유리할 것이란 게 조 씨의 생각.

조 씨는 “어차피 최종 목표는 대학이기 때문에 대입에 유리한 고교에 진학하는 게 우선”이라며 “아직 합격자 발표가 나기 전이지만 벌써부터 국제중 홈페이지에는 ‘어떤 동아리가 (자율고 입시에) 도움이 될지’ ‘교내 경시대회는 어떤 게 있는지’ 등을 알아보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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