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학교’ 고액 보충수업 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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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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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10만원 이상 프로그램 전국 712곳… 대부분 국영수 편중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학생들의 특기 적성을 길러주기 위해 도입한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이 고액 보충수업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수강료가 10만 원이 넘는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이 전국적으로 700곳이 넘고 방과 후 프로그램 10개 중 7개는 입시 교과목에 몰려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제출받아 4일 공개한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 현황’에 따르면 월 수강료가 10만 원 이상인 프로그램은 모두 712개였으며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주요 과목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은 전체의 68%였다.

○ 방과 후 학교로 1년 12억 원 챙겨

경기 A고교 전교생 700명은 한 달에 15만 원을 내고 방과 후 논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1년 동안 학생들이 내는 돈을 합치면 12억6000만 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외부 업체는 건물 임차료나 관리비도 내지 않는다. 서울 한 외국어고의 방과 후 논술 프로그램은 한 달 수강료만 48만 원이다.

또 서울의 한 중학교는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입문반과 실전반을 나눠 각각 30만 원과 35만 원의 수강료를 받고 있다. B중학교는 특목고 수학반을 만들어 28만 원을 받고 있으며 C중학교는 ‘종합 교과’라는 이름으로 27만 원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 학생은 이 같은 ‘엘리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차상위계층의 20%는 방과 후 학교 강좌를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자유 수강권’을 연간 최대 40만 원까지만 받고 있다.

한 학부모는 “자녀가 세 명이어서 지난해까지는 방과 후 프로그램에 사용할 수 있는 지원금을 한 달에 6만 원씩 받았지만 올해는 예산 부담을 이유로 지원금이 사라졌다”며 “지원금을 만들 때는 언론 보도를 통해 생색을 내더니 없앨 때는 소리 소문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전국 중학교와 일반계고에 개설한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 중 84.5%는 학교 교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특히 교과목 강의 중 80.5%는 5개 주요 입시 과목이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고교 교감은 “학부모의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방과 후 프로그램에서는 영어가 두드러졌다. 한 달 수강료 10만 원이 넘어가는 프로그램 412개 중 91%(375개)가 영어 관련 과목이었다. 박 의원은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 때문에 학부모 소득에 따라 학생들의 영어 격차가 더욱 벌어질 우려가 있다”며 “국가영어능력시험이 도입돼 말하기 쓰기를 대입에 반영하면 저소득층 아이들의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 수강료 낮은 건 착시 현상

지난해 방과 후 학교에 참여한 학생은 1인당 월 2만9348원을 부담했다. 그러나 ‘방과 후 학교 학부모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수업 시간이 적어 수강료가 적었을 뿐’이라는 것이 학부모의 생각이다. 또 수강료보다 부교재나 준비물 값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 지적도 나왔다. 환불이 안 된다는 불만도 있었다.

외부 강사 이직률이 높은 것도 문제다. 학교에서 노하우를 쌓은 강사가 아이들을 데리고 학원으로 옮겨가 결국 방과 후 학교가 학원만 도와준다는 지적이 많다.

박 의원은 “방과 후 학교가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으려면 저소득층 학생의 특기 적성을 길러줄 수 있는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 고액 수업에 대한 철저한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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