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내년부터 300m → 500m로 늘린다

동아일보 입력 2010-09-24 03:00수정 2010-09-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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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지정권한, 자치단체장에게 이관”
20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동자초등학교 앞 스쿨존 내 도로에서 승용차들이 지나가는 사이로 한 어린이가 차도를 건너고 있다. 경찰은 현재 학교 정문 앞 반경 300m인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을 500m로 확대하려 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학교 정문 반경 300m 내에서 지정할 수 있었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이 내년부터는 500m로 확대된다. 경찰청은 급증하는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의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확정하고 10월 입법예고를 거쳐 내년 1월 24일 도로교통법 개정안 발효와 함께 시행하기로 했다.

현재 스쿨존은 학교 정문 반경 300m 내에서 지정할 수 있지만 필요할 경우 반경 500m 내 도로구역에서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스쿨존 지정권한을 경찰서장에서 스쿨존 내 안전시설물 설치 등 관리를 맡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이관해 적극적인 시설 개선을 유도하고, 복잡한 관리 주체도 단순화하기로 했다.

보호구역 정비 기준을 강화해 스쿨존 내 도로가 보도와 차도로 구분되지 않을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구분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권고사항인 스쿨존 내 노상주차장의 이전 또는 폐지 규정도 의무사항으로 바꿨다.

경찰서장이 스쿨존 지정 대상 시설을 방문해 보행안전 등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해야 하며 해당 지자체장이 매년 6월과 12월 2차례 보호구역 관리현황을 경찰청장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도 신설했다. 이와 함께 각각 별도로 돼 있던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 지정 규칙도 하나로 통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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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규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323건이던 스쿨존 내 만 12세 이하 어린이 교통사고가 2007년 345건, 2008년 517건, 2009년 535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고, 올해도 7월 현재 42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가량 늘었다. 지역별로는 전북이 지난해 11건에서 올해는 50건으로 351.9% 늘어난 것을 비롯해 인천·제주(71.4%), 부산(63.2%), 전남(59.1%)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사고가 크게 증가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 ‘스쿨존’ 교통사고 한해 500건 넘어… 위험천만 현장 가보니 ▼
‘학교앞’ 잊고 쌩쌩… 어린이 아찔 횡단

20일 오전 8시 30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동자초등학교 앞. 출근길 차량은 학교 앞이란 사실을 잊은 채 속도를 내고 있었다. 아이들은 달려오는 자동차를 피해 왕복 2차로의 도로를 아슬아슬하게 건너야 했다.

이 학교 앞은 어린이의 교통안전을 위해 정부가 지정한 전국 9609곳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중 한 곳이다. 이곳에선 2월 4일 오후 3시 45분 학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이 학교 3학년 박모 양(9)이 횡단보도를 건너다 승합차에 받혀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운전자가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않아 벌어진 참변이었다. 하지만 사고 이후에도 달라진 것은 없는 듯했다.

학교 주변 상가 직원은 “2월에 있었던 사고 이후 나아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차량 간 사고도 많아 하루에도 자동차 급제동 소리를 한두 번 듣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민 이경란 씨(36)는 “주변 대형마트로 몰리는 차량이 혼잡한 도로를 피해 이 도로로 우회하면서 교통량이 많아졌다”며 “학교 주변인데도 차가 너무 많아 아이들이 다칠까봐 조마조마하다”고 걱정했다.

○ 해마다 스쿨존 사고 늘어나

경찰청에 따르면 스쿨존 내 12세 이하 어린이 교통사고는 2006년 323건에서 매년 조금씩 늘다가 2008년 500건을 넘어섰다. 올해 7월까지 발생한 사고만 420건이다.

지역별로 보면 2008년 67건이던 서울의 스쿨존 교통사고는 2009년 82건으로 22% 증가했다. 2010년 7월 현재 71건으로 이미 전년도 전체 수준에 육박했다. 부산도 2008년 40건, 2009년 42건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올해 들어 7월까지 40건이 발생했다. 대구와 인천도 2009년 각각 32건과 27건이었지만 2010년 7월 현재 각각 38건과 46건의 교통사고가 났다. 스쿨존 교통사고가 가장 많은 경기도는 2008년 95건에서 2009년 102건으로 증가했고 2010년 7월 현재 129건이나 발생했다.

2007∼2009년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 1476건을 분석한 결과 하교 시간인 낮 12시∼오후 4시가 전체 교통사고의 46.4%를 차지했고 연령별로는 만 7세가 20.3%로 가장 많았다.

○ 정부 대책도 무용지물

전문가들은 스쿨존 교통사고 증가 이유로 △교통사고 예방시설 부족 △관리주체 분산 △운전자 안전의식 부재를 꼽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스쿨존 폐쇄회로(CC)TV 설치율은 43.5%에 지나지 않는다. 스쿨존을 지정해놓고도 CCTV와 같은 교통사고예방시설을 설치하지 않아 ‘무늬만’ 스쿨존인 곳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스쿨존 안내표지판도 상당수 운전자가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경찰청과 교육과학기술부, 지방자치단체, 행안부 등으로 나뉜 스쿨존 관리체계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스쿨존은 현재 경찰청이 지정하고 보호구역 내 위반행위 단속을 맡고 있으며 안전시설 설치와 주정차단속은 행안부와 지자체가 맡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스쿨존 지정권한을 경찰서장에서 지자체장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운전자들의 안전의식 부재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2009년 발생한 스쿨존 교통사고 535건 중 운전자의 법규 위반이 496건으로 92.7%에 달한다. 경찰이 올 6월 관련법을 개정해 스쿨존 교통법규 위반 시 일반 도로보다 범칙금과 벌점을 2배로 높였지만 큰 효과가 없다. 스쿨존에서 안전법규를 지키는 운전자는 여전히 드물다. 미국의 운전자는 스쿨존에서만큼은 제한속도(시속 15∼20마일·약 24∼32km)보다 훨씬 느리게 ‘거북이 운행’을 한다.

서울 녹색어머니회 정보현 회장은 “홍보 부족으로 녹색어머니회 회원들조차도 스쿨존에서 서행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스쿨존 ::

초등학교와 유치원, 보육시설 등의 반경 300m 이내 통학로에서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교통안전시설을 설치하고 각종 교통규제를 강화할 수 있는 어린이보호구역. 등하교시간에 자동차의 통행을 금지 및 제한할 수 있으며 차량의 운행속도는 시속 30km 이내로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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