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가운중 2학년 이보현 양

동아일보 입력 2010-09-07 03:00수정 2010-09-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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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관심 없었는데… 부모님 어려움 깨닫고 ‘공부의 맛’ 알게됐죠”
경기 가운중 2학년 이보현 양은 틀린 문제와 풀이과정, 틀린 이유를 적어 놓는 ‘오답노트’를 활용해 처음으로 전 과목 평균 90점이 넘었다.
《이보현 양(14·경기 가운중 2)은 아버지, 어머니, 언니와 함께 산다. 자영업을 하시는 아버지는 간혹 일찍 들어오는 날이면 학교에서 돌아온 이 양을 맞아 “어이구, 우리 딸∼”하며 포옹으로 맞아준다. 어깨에 멘 가방도 직접 풀어준다. ‘나도 다 컸는데…’ 싶어 민망할 때도 있지만 딸과 친해지려는 아버지의 마음이 감사하다.

어머니는 마당발이다. 다니는 성당을 포함해 주변 아주머니들과 교류가 많다. 그래서 이 양의 주변에는 자연스레 ‘엄친아’ ‘엄친딸’도 많다. “○○네 아들이 이번에 명문대 갔다더라”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공부 열심히 해서 우리 엄마 기 살려줘야 하는데…’ 싶어 괜히 미안하다.》
이 양은 2학년이 되고 나서 미래의 꿈이 뚜렷해졌다. 그의 꿈은 사회적 명사가 되는 것도, 돈을 아주 많이 버는 것도 아니다. 지금 가족처럼 단란하고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 “저는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이 돼서 일을 해요. 집에 돌아오면 친구처럼 담백한 사이로 지내는 남편이 저를 맞아주는 거죠. 그런데 엄마가 그러시더라고요. 좋은 사람 만나서 평범하게 살려면 공부 열심히 해서 너부터 좋은 여자가 돼야 한다고요.”

이 양은 중1 때만 해도 공부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수업은 열심히 듣는 편이었지만 따로 시험대비를 한 적은 없었다. 수학은 특히 싫어해 수업도 안 들었다. 시험 때가 다가오면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교과서 기초문제 풀이법만 대강 익혀뒀다. 시험 2주 전 어머니가 “시험 기간인데 공부도 안 하냐”고 했다. 반항심에 판타지 액션물 만화책을 10권 넘게 빌려와 보란 듯이 만화책을 읽으며 놀았다. 처음 중간고사에서 평균 약 83점을 받은 후로 계속 점수가 떨어져 2학기 말엔 평균 70점대 초반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2학년이 될 무렵 처음 ‘평범한 가정’의 꿈을 품고 나서는 ‘이제 공부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2학년인 언니와 자신을 위해서 애쓰시는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도 부쩍 눈에 밟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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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언니의 교육비로 한 달에 얼마를 쓰시는지 우연히 알게 됐어요. 생각보다 정말 많이 들더라고요. 그 순간 엄마 아빠한테 어찌나 죄송하던지. 언니도 저 보고 열심히 해야한다고 주의도 주고요.”

이 양은 중1 겨울방학부터 자기주도학습관에 다니면서 공부의 ‘맛’을 알기 시작했다. 과목마다 매일 공부할 분량을 정해 확실히 지키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중간고사를 보기 3주 전부터는 학습관 온라인 카페 자료실에 있는 전 과목 기출문제들을 프린트해 무작정 풀었다. 프린트한 A4 용지를 쌓으니 그 높이가 한 뼘 반 정도 됐다.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주요과목 점수는 국어 78점, 수학 79점, 영어 85점. 실망했다. ‘내가 정말 공부하면 성적이 오를까’ ‘해도 안 오르는 것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양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나 때문에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포기할 수 없었다”면서 “처음 공부를 해보는 거니까 꾸준히 계속 공부하다보면 더 오를 거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문제만 풀다가 핵심을 파악하지 못한 게 원인인 것 같았다. 공부 방법을 바꿨다. 무작정 문제 풀기를 관뒀다. A4 용지 한 뼘 반 높이가 1∼2장으로 줄었다. 대신 학교 선생님이 나눠 준 프린트들을 읽었다. 특히 기술·가정 같은 암기 과목은 5회 이상씩 정독했다.

수학 시험공부를 할 때 유용했던 이 양의 오답노트.
전 과목 오답노트도 적기 시작했다. 특히 수학 과목에 가장 공을 들였다. 문제집에서 틀린 문제는 복사해서 잘라 붙인 뒤 풀이법뿐만 아니라 오답 이유까지 꼼꼼히 적었다. 예를 들어 함수 문제를 틀리면 자신이 왜 이 문제를 틀렸는지를 파악해 ‘(2,1)을 ax-2y-8=0에 대입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고, 계산 실수도 했습니다’라는 식으로 적어 두었다. 이렇게 하니 무엇보다 시험 준비하기가 편했다. 틀렸던 문제를 한 번 더 풀어보고 시험을 보니 어려운 문제의 풀이과정도 잘 떠올랐다.

이 양의 1학기 기말 지필고사 점수는 평균 93점. 중학교에 입학한 후 평균 90점이 넘은 것은 처음이었다. 주요과목 점수도 국어 96점, 수학 89점, 영어 95점으로 훌쩍 뛰었다. 그는 “성적이 오르니까 엄마가 많이 티는 안 내셔도 은근히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 양은 올해 들어 부쩍 친구들이나 사촌들에게 “갑자기 어른스러워졌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1학년 때는 엄마에게 반항도 하고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도 못 만나고…. 아마도 사춘기였던 것 같아요. 지금은 엄마 아빠가 힘드신데 내가 더 잘해야지 싶어요. 계속 열심히 공부해서 30대 초반쯤엔 꼭 제가 그리는 모습대로 좋은 사람과 알콩달콩 살고 싶어요. 제가 번 돈으로 부모님 해외여행도 시켜드리면서 말이에요.”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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