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출근해요/3부]본보 캠페인 4호 ‘양산부산대병원 어린이집’

  • Array
  • 입력 2010년 8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사측, 운영비의 절반 지원… 싼 비용으로 ‘명품 보육’

26일 문을 연 양산부산대병원 어린이집 내 보육실에서 어린이들이 부산대 보육센터 소속 보육교사와 함께 동요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양산=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26일 문을 연 양산부산대병원 어린이집 내 보육실에서 어린이들이 부산대 보육센터 소속 보육교사와 함께 동요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양산=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 2008년 11월 문을 연 경남 양산시 물금읍 범어리 양산부산대병원은 일반병원, 치과병원, 어린이병원, 한방병원 등을 두루 갖춘 경남지역 최대 병원이다. 전체 직원 1500여 명 가운데 20, 30대 여직원이 810여 명에 이른다. 병원 특성상 24시간 3교대 근무를 하는 간호직과 보건직 여직원도 610여 명이다. 결혼 적령기 여성과 기혼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만큼 그동안 노사 최대 고민은 직장 보육 문제였다. 26일 이 병원은 고민을 털어냈다. 병원 내 편의시설동 1층에 324m²(약 98평) 규모의 어린이집을 조성했다. 이날 개원식에서 박희주 어린이병원장은 “드디어 우리 병원에도 워킹 맘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고 말했다. 양산부산대병원이 동아일보의 ‘아이와 함께 출근해요’ 캠페인에 동참했다. 》
○ 보육, 수유 문제 한 번에 해결

양산부산대병원 어린이병원 영상의학과에 근무하는 이길학(35), 김경희 씨(31) 부부. 둘째 딸을 임신한 김 씨는 다음 달 출산 예정으로 휴직 중이다.

지난해 부산 해운대에서 경남 양산으로 이사를 오기 전까지 이 씨 부부는 첫딸 채원(3)의 보육 문제로 많이 고민했다. 채원이의 경우 태어난 지 6개월 뒤부터 민간 어린이집에 보냈다. 직장까지 승용차로 50분 걸리는 거리여서 매일 오전 7시 반 딸과 헤어졌다. 퇴근길 정체가 심해지면 오후 8시가 넘어서야 딸을 볼 수 있었다. 아내도 모유를 충분히 먹이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이었다. 조퇴도 여러 번 했다.

부부는 결국 지난해 병원 근처 아파트로 이사했다. 아파트단지 어린이집에 맡겼지만 탐탁지 않았다. 79.2m²(약 24평)에 20명이 생활해 아이가 뛰어다닐 공간도 없었다. 개원에 앞서 8월 1일부터 어린이집을 운영한다는 소식에 김 씨는 가장 먼저 신청을 했다.

이 씨는 “매일 점심시간에 딸과 병원을 산책하고 주변 개울가에서 물장난도 칠 수 있다”며 “예전 같으면 매일 아침 헤어질 때 투정을 부리던 딸아이 모습을 이제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내년 복직 예정인 부인 김 씨는 “둘째가 태어나도 직장에서 모유를 먹일 수 있고 두 딸, 남편과 함께 출근할 수 있어 복직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이 병원 연구센터 직원 김모 씨(30·여)도 어린이집 개원으로 보육과 이사 문제를 한 번에 해결했다. 당초 김 씨는 두 돌을 넘긴 아이 보육문제 때문에 부산에서 양산으로 이사를 할 작정이었다. 어린이집 개원 소식을 접한 김 씨는 “병원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하고 근처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예정이었는데 한 번에 고민이 해결됐다”며 “당장 다음 달부터 아이를 병원 어린이집에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협력팀 김미정 씨는 “안심하고 자녀들을 맡길 수 있어 특히 장거리 출퇴근하는 여직원들의 관심이 뜨겁다”고 말했다.

심미연 어린이집 원장은 “12년간 민간 어린이집을 운영했지만 직장보육시설은 부모와 자녀의 심리적 안정 면에서 민간 시설과 비교가 안 된다”며 “특히 직장 지원이 많기 때문에 민간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유기농 급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양산부산대병원 어린이집 심미연 원장, 박희주 어린이병원장, 하정연 부산대 유아교육과 교수, 박해성 관리국장, 김은주 부산대 교수, 강동원 노사협의회 위원장(왼쪽부터)이 개원식에 앞서 동아일보 ‘아이와 함께 출근해요’ 캠페인 로고판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양산=최재호 기자choijh92@donga.com
양산부산대병원 어린이집 심미연 원장, 박희주 어린이병원장, 하정연 부산대 유아교육과 교수, 박해성 관리국장, 김은주 부산대 교수, 강동원 노사협의회 위원장(왼쪽부터)이 개원식에 앞서 동아일보 ‘아이와 함께 출근해요’ 캠페인 로고판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양산=최재호 기자choijh92@donga.com

○ 아낌없는 어린이집 투자

양산부산대병원 어린이집에는 만 1세 4명, 2세 3명, 3세 4명, 4세 2명 등 13명이 다닌다. 미혼 여성과 아직 자녀를 갖지 않은 여성이 많아 비교적 원아가 적다. 병원 측은 3년 이내에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20, 30대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 5차례에 걸쳐 보육수요 조사를 한 결과 ‘결혼 뒤 자녀를 직장보육시설에 맡길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80% 가까이 됐다. 그 이유로는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30%), ‘아이와 함께 출퇴근할 수 있다’(27%), ‘아이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21%) 등을 꼽았다.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병원은 어린이집 지원에 들어갔다. 지난해까지 이 병원은 72개월 미만 자녀가 있는 직원 143명에게 월 5만 원씩 보육수당을 지원했다. 올해부터는 이 보육 예산을 어린이집으로 돌렸다.

예상되는 연간 어린이집 운영비는 3억2000만 원. 정부지원금과 부모 부담 월 보육료(1인당 17만∼33만 원)를 제외하고 병원 측이 1억5000만 원을 지원한다. 연간 기혼직원 보육수당(9000만 원)보다 지원을 더 늘린 것. 지원금은 어린이집 유기농 급식, 현장 실습비, 생태 학습, 체험 교육비로 사용한다. 부산대 유아교육과 김은주 교수는 “이곳 어린이집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민간 어린이집보다 적어도 2배 이상의 보육료가 필요하다”며 “병원 측의 투자로 이곳 아이들은 민간 어린이집과 같은 보육료로 명품 보육을 받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어린이집은 교사 4명과 조리사 1명이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이 병원은 정원 65명이 채워지는 대로 오전 6시 반부터 오후 10시까지로 연장 운영(토요일은 오후 5시)할 계획이다. 보육교사도 석사학위 취득자 5명을 추가로 채용하기로 했다.

병원 관계자는 “직장보육시설을 마련하면 업무 효율과 애사심을 높이고 기업에는 생산성과 이미지 향상 등에 도움을 준다”며 “여성 직원이 많은 회사는 여성인력 근속 기간을 높이고 이직률도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개원준비 박해성 관리국장

“아이 양육문제 때문에 좋은 인재 놓쳐선 안돼 국내 최고시설 만들것”


양산부산대병원 어린이집 개원 준비를 맡아온 이 병원 박해성 관리국장(54)은 “일반 사업장이 기혼 직원에게 줄 수 있는 최고 선물은 보육수당과 일회성 가족 초청 행사가 아니라 직장 내에 명품 보육시설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의 요구가 아니라 사측이 먼저 나서 보육시설을 마련했더니 기혼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가 훨씬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박 국장과의 문답.

―어린이집을 만들게 된 계기는….

“2008년 11월 문을 연 신생병원이지만 보육시설 계획은 병원 설계 이전부터 갖고 있었다. 병원 특성상 여성 인력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양육 문제 때문에 좋은 인재가 병원을 떠나서는 안 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5차례에 걸쳐 전 직원을 대상으로 보육수요 조사를 했다. 예상대로 직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직장 내 보육시설 설치였다.”

―어린이집에 어떤 지원을 하나.

“현재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이 13명이다. 적은 편이다. 하지만 3년 안에 50명가량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점을 고려해 어린이집 정원을 65명 규모로 지었다. 어린이집이 직원들의 출산계획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어린이집 운영에 어느 정도 예산을 지원하나.

“정부 지원 외에 병원에서 연간 1억5000만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미 건축비와 시설물, 교재 구입 등에 6억5000만 원가량 들였다. 영남지역에서 명품 보육서비스 개발로 유명한 부산대 보육종합센터에 운영을 맡겼다. 석사학위 이상 보육교사들이 아이들과 함께 지낸다. 유기농 급식을 제공하고 장난감도 플라스틱 소재를 없앴다. 어린이집 개원으로 미혼 직원 결혼계획이나 기혼 직원 출산 소식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향후 어린이집 운영 계획은….

“좋은 시설을 갖췄지만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이 더 중요하다. 국내 최고의 보육시설로 만드는 게 목표다. 부모가 부담하는 보육료도 조만간 일부 지원할 계획이다. 우수 보육교사도 더 유치하기로 했다. 만약 직원들의 출산이 늘어나면 어린이집을 확장할 것이다. 벌써 입소문을 탔는지 외부 기관에서 ‘어린이집에 우리 아이를 맡기면 안 되겠느냐’는 청탁까지 들어온다.”

양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