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가을 홍대거리엔 전자책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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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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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7일부터 디지털 북 쇼

‘버크셔 해서웨이’의 회장이자 세계 최고 부자인 워런 버핏. 그가 ‘투자의 귀재’로 불릴 수 있었던 이유는 어릴 적부터 습관처럼 해온 독서 때문이다. 그는 10대 때부터 80세인 지금까지도 책과 신문 읽기를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일로 여긴다. “글자 읽는 것뿐 아니라 책장 넘기는 소리마저 즐겁다”는 그는 지금도 공식석상에서 책 예찬론을 펼치고 있다.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도 버핏만큼 ‘책벌레’로 꼽히는 독서광이다. 하지만 그는 최근 침을 묻혀가며 종이를 넘기는 데 별로 흥미를 느끼지 않아 보인다. 그의 독서는 종이 대신 ‘아이패드’라 불리는 태블릿PC, 혹은 ‘킨들’ 같은 전자책 단말기(e북) 속 모니터를 보며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손 안에 두꺼운 책 대신 단말기 속 ‘ePub’ 파일이 존재하는 시대. ‘사사삭’ 책장 넘기는 소리 대신 좌우 화살표 버튼 꾹꾹 누르는 소리가 들리는 시대. 정보기술(IT)은 그렇게 독서 환경을 바꿔놓았다. 변화는 도서 전시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다음 달 7일부터 12일까지 6일간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 앞 주차장골목에서 전자책 전시회 ‘디지털 북 쇼’가 열린다. 전자책을 주제로 한 길거리 전시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 디지털 향기로 물들 홍익대 앞

디지털 북 쇼는 매년 9월 홍익대 앞에서 열리는 도서전 ‘서울 와우북 페스티벌’의 전자출판 섹션 행사다. 하지만 한국전자출판협회의 후원을 받고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들이 참여하는 등 규모 면에서는 독립 행사나 다름없다. 마포구 관계자는 “전자책을 주제로 한 전시회는 태블릿PC나 e북, 스마트폰 등으로 대표되는 전자책 단말기 시장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생겼다”고 말했다.

기존 도서전이 장르, 작가 등 ‘콘텐츠’ 전시가 핵심이었다면 디지털 북 쇼는 책을 담는 그릇인 ‘기기’와 ‘기술’에 초점이 맞춰졌다. 전자책 전용 단말기 전시장인 ‘디바이스 존’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3세대(3G) 통신망을 이용해 책을 내려받을 수 있는 인터파크의 ‘비스킷’, MP3플레이어 기능을 추가한 아이리버 ‘스토리’ 등 e북 단말기부터 팬택 ‘베가’, LG전자 ‘옵티머스’ 등 최신 스마트폰이 전시된다. 특히 전자업체들은 새로운 독서 패러다임을 강조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TV 내 전자책 관련 응용프로그램 ‘다국어 전자책’을 선보이며 대형 TV로 책을 보는 방식을 선보인다.

○ 스마트TV에서 막걸리 대담까지


‘콘텐츠 존’에서는 새로운 기술로 인한 출판계 내부의 변화를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둔다. 책을 ‘출판’하는 대신 ePub 파일을 ‘업로드’하면서 최근 ‘1인 출판사’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들을 한데 묶어 소개하는 ‘1인 전자책 출판사 연합부스’가 마련된다. 또 1인 출판사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1인 전자책 창업 상담’도 바로 옆에서 진행된다. 또 전자책 단말기를 교육용으로 사용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용 콘텐츠 전시회도 열린다. 여기에는 온라인 어학 사이트 ‘리틀팍스’, ‘YBM시사닷컴’ 등 e러닝(인터넷 원격 교육) 업체들이 참가한다.

디지털 행사라고 기기만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 간의 ‘면대면’ 행사들도 마련됐다. ‘이벤트 존’에서는 온라인 공간에서만 활동하던 ‘디지털 작가’들이 오프라인 공간에서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디지털 작가의 밤’이 진행된다. 그중 황석영, 이순원 등 중견 작가들과 독자들이 막걸리를 마시면서 ‘책과 창작의 미래’라는 주제로 토론을 하는 ‘막걸리 대담’은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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