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북대’ 넘어 세계의 ‘전대’로… 전북대 꿈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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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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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CI급 논문 증가율 1위, 10 논문피인용 국내 10위권, 100 10년후 세계 순위 목표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으로 전북대에 초빙된 해외석학들이 대학원생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왼쪽에서 두 번째는 세포공학의 창시자로 미국 조지아공대 석좌교수인 로버트 네럼, 네 번째는 6년 연속 노벨상 후보로 오른 병리생리학계의 석학 폴 밴후트 홍콩국립대 교수. 사진 제공 전북대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으로 전북대에 초빙된 해외석학들이 대학원생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왼쪽에서 두 번째는 세포공학의 창시자로 미국 조지아공대 석좌교수인 로버트 네럼, 네 번째는 6년 연속 노벨상 후보로 오른 병리생리학계의 석학 폴 밴후트 홍콩국립대 교수. 사진 제공 전북대
# 5월 24일. 전북 전주시 덕진동 전북대 총장실. 허름한 잠바 차림의 노인이 서거석 총장을 찾아왔다. 이 노인은 자신이 사는 집을 포함한 땅, 건물 등 40억 원 상당의 전 재산을 전북대에 기증하겠다고 말했다. 어떤 조건도 달지 않았다. ‘국가와 지역사회의 기둥이 될 인재를 양성하는 데 써 달라’는 부탁이 전부였다.

“처음에는 전 재산을 서울의 대학에 주려다 최근 전북대가 발전하고 있고 ‘지역인재 양성’이란 내 뜻을 실천할 학교라는 믿음이 생겨 기부를 결심했어요.” 평생 자가용도 없이 살아온 한수옥 옹(94)은 “재산을 맡아준 전북대에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했다.

# 전북대 정문과 학교 안팎 10곳에 설치된 홍보전광판에는 ‘아시아대학평가 국내 10위권 진입’ ‘연구비 1000억 원 시대 진입’ ‘풍력에너지 분야 선도연구센터 유치’ 등 학교가 거둔 성과와 운영 프로그램이 실시간으로 소개된다. 홍보에 관심을 보이자 지역사회에서도 변화가 느껴지고 있다. 곽용근 홍보부처장은 “지역에서 전북대를 비하하는 의미의 ‘북대’로 불렀지만 ‘전대’로 불러달라는 호소에 호응이 일고 있다”며 “대학의 자긍심과 지역대표 대학의 위상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시작한 캠페인”이라고 말했다.

○ 연구-교육 두 마리 토끼 잡아

전북대는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08년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증가율에서 전국 대학 중 1위를 차지했다. 599편에서 835편으로 39.4% 증가한 것이다. SCI 논문 수에서도 10위권에 근접했다. 논문의 질적 수준을 가늠하는 피인용 횟수에서는 이미 국내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연구비 수주액도 자연스럽게 급증했다. 2007년 549억 원에서 2008년 708억 원, 2009년 1017억 원(비전임교원 연구비 포함)으로 2년 만에 배 가까이 늘었다. 연구 경쟁력 향상은 대규모 국책사업 유치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풍력에너지 전력망 기술을 선도할 ‘공학분야 선도연구센터(ERC)육성사업’(128억 원)을 유치했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인 ‘고온플라스마 응용연구센터’(392억 원) 유치에도 성공했다. 센터가 완공되면 우주항공과 신재생에너지, 나노산업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초고온 소재 개발을 통해 우리나라의 차세대 부품 소재 산업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도 조만간 익산캠퍼스에 들어서 신종 인플루엔자나 소 브루셀라병, 광우병과 같은 인수공통전염병 정복에 나선다. 국가식품클러스터와 연계한 ‘LED융합기술지원센터’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이용해 식물을 재배하는 식물공장을 운영할 예정이다.

○ 2020년 세계 100대 대학 비전

서 총장은 취임 이후 교수 승진심사 요건을 강화했다. 부교수에서 정교수로 승진하려면 전보다 2.5배나 많은 논문을 써야 한다. 전국 최초로 정년보장 교수에게도 일정량의 논문을 의무화했다. 그 대신 우수 연구자에게는 파격적인 지원책을 제시했다. ‘사이언스’ ‘네이처’ ‘셀’ 등 세계 3대 과학지에 논문을 게재한 교수에게 최대 1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자연대 최희욱 교수(화학)는 네이처에 두 편의 논문을 실어 1억4000만 원(7000만 원은 발전기금 기탁)을 받았다. 이공계 교수들에게는 연구보조 대학원생을 배정하고 학비를 면제해줬다. 대학본부에 국책사업 유치지원팀을 만들어 교수들을 지원한다.

전북대 졸업생들은 판소리 한 대목을 하거나 단소 한 소절이라도 불 수 있어야 한다. 지역 거점대학 출신으로 대표적 향토문화를 이해하는 차원에서 판소리와 단소 중 하나를 교양필수(3학점)로 이수해야 한다.

전북대는 2007년 익산대와 통합한 데 이어 2008년 법학전문대학원(모집정원 80명)을 유치했다. 대학경쟁력이 높아지자 발전기금 기탁이 이어져 지난 4년 동안 400억 원(약정액 포함)이 모였다.

서 총장은 “2020년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을 목표로 다함께 노력한 결과 서울 명문대와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며 “즐겁게 연구하고 강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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