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 수립때 학생에게 묻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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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학생참여위 만들어 의견 반영”
일선 학교들 “우리 의견은 안 묻고 일방 추진”

앞으로 서울시교육청이 만드는 교육정책에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된다. 서울시교육청은 24일 서울시의회에 제출할 시교육청 주요업무 보고서에 ‘서울교육 학생참여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이 들어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학생참여위는 각급 학교별 학생 대표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의사소통 공간 성격을 갖는다”며 “지역별로는 하부 기구인 학생대표회의가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시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영향을 미칠 각종 교육정책을 수립할 때 학생참여위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시교육청의 이 같은 방침은 곽 교육감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그는 후보 시절부터 “학생들이 교육정책 수립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지난달 체벌금지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할 당시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1명씩 학생 대표 3명을 팀원으로 선발해 이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시교육청은 ‘서울 교육정책 학생창안대회’를 열어 교육정책 혁신과제 제안을 공모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학생들이 정책 수립에 관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득세 신월초등 교감은 “학생들은 판단력과 정보가 부족해 특정 성향의 교사에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학생에게 민주주의와 자율성을 가르치는 것은 좋지만 어느 정도 통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승재 선정중 생활지도부장은 “교육 주체인 학생의 의견을 묻는 것은 좋지만 중학생은 아직 어리다”며 “교원평가에도 학생 참여가 문제 많았는데 중요한 정책 수립에 관여하는 것은 긍정적이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고교 교사는 “교육감의 교육철학에 따라 참여 학생이 결정될 수 있고, 학생과 교사 간 이해 갈등이 일어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인데 어떻게 현장 의견 수렴도 하지 않느냐”고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이날 “교육의 한 주체로 학생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를 제도화하는 것은 교육적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에 대해 문중근 학교정책과장은 “구체화된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며 “9월 이후 교장·교감, 학부모단체 등의 의견을 들어 언제 어떻게 어떤 학생들을 참여시켜 대화할지 세부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교육청의 업무 보고서에는 △2014년까지 혁신학교 300곳 설립 △영어회화 수업 주당 1시간 이상 실시 △내년 전체 초등학교 무상급식 실시 △‘주민참여예산제’ 조례 제정 추진 등도 포함됐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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