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핵심’ 충남 금남보 전국 첫 완공… 수문개방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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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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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천’이 옛 금강으로… 쏘가리가 돌아왔다

스르르 열린 보 위로 힘찬 물살이… 충남 연기군 나성리에 설치된 금남보의 가동보가 수문을 연 모습. 가동보의 물막이가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기울어지면서 넘쳐흐르던 물이 가동보가 완전히 모습을 감추자 급류로 변해 빠르게 하류로 흘러갔다.
스르르 열린 보 위로 힘찬 물살이… 충남 연기군 나성리에 설치된 금남보의 가동보가 수문을 연 모습. 가동보의 물막이가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기울어지면서 넘쳐흐르던 물이 가동보가 완전히 모습을 감추자 급류로 변해 빠르게 하류로 흘러갔다.
11일 오후 2시 충남 연기군 남면 나성리. 이곳을 흐르는 금강에는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건설되는 16개 보(洑) 중 금남보가 강을 가로지르고 있다. 저 멀리 보가 끝나는 곳에는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 공사현장의 타워크레인이 보였다.

현장 관계자가 무전기로 가동 지시를 내리자 물을 가로막았던 보가 서서히 하류 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곧 그릇에 넘실거리듯 하던 강물이 보를 넘어 쏟아져 흘러나갔다. 관계자가 “25도, 35도 …”라며 보의 기울기를 계속 낮추라고 지시하자 물살은 갈수록 빨라졌다.

보가 강바닥과 점차 평행이 되면서 보를 타넘은 물과 보 밑으로 밀려온 물이 뒤엉켜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소용돌이 물살에 밀려 물속에서 헤엄치던 어린 고기(치어)들이 순식간에 물 밖으로 튕겨져 나왔고 제자리로 돌아가려고 몸부림치는 수십 마리의 치어가 마치 수면 위를 낮게 비행하는 잠자리 같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금남보는 4대강 사업의 핵심인 16개 보 가운데 처음으로 6월 29일 완공됐다. ‘물속의 댐’ 같은 이 보는 전체 348m 중 223m는 전동식으로 수문이 열리는 ‘가동보’고 나머지 125m는 ‘고정보’다. 61∼81m 길이의 가동보 3개 사이에 고정보가 기둥처럼 버티고 서 있다.

금남보가 속한 행복지구 생태하천 조성사업 제1공구의 현재 공정은 48%로 4대강 사업 공구 중 공사 진척도가 가장 빠르다. 1공구 관계자는 “금남보 덕분에 벌써부터 금강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 수량 4배로 늘어 수질 좋아져


금남보의 수문 격인 가동보가 열리면서 강물이 일으킨 소용돌이 물살에 밀려 물속에 있던 치어들(검은색 원 안)이 물 밖으로 튕겨져 나오고 있다. 연기=나성엽 기자 cpu@donga.com
금남보의 수문 격인 가동보가 열리면서 강물이 일으킨 소용돌이 물살에 밀려 물속에 있던 치어들(검은색 원 안)이 물 밖으로 튕겨져 나오고 있다. 연기=나성엽 기자 cpu@donga.com
주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보를 설치하기 전 160m에 지나지 않았던 강폭을 450m로 늘렸다. 또 연기군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 17km 구간에서 426만 m³에 이르는 흙을 바닥에서 퍼냈다. 서울 남산(약 5000만 m³)의 10분의 1을 덜어낸 셈이다.

보 설치와 준설 전만 해도 이곳 금강은 수심이 얕고 폭이 좁아 초당 30t의 물이 흐르는 데 그쳤다. 청주 미호천과 대전 갑천, 금강 본류인 대청댐에서 충분히 물이 유입돼도 중간에서 취수와 농업, 공업용수 등으로 빼 쓰기 때문에 연기군 지역으로 내려오는 물이 급격하게 줄어 이 일대 금강은 ‘건천(乾川)’으로 불렸다. 하지만 준설로 수심이 깊어지고 금남보가 수시로 가동하며 물의 양을 조절하면서 현재 흐르는 수량은 초당 133t 수준으로 늘어났다.

준설과정에서 환경오염 문제가 제기됐지만 시공사는 퍼낸 흙에서 흘러나온 물이 지그재그 형태의 임시수로를 거쳐 강으로 들어가게 만듦으로써 오염 문제를 해결했다. 흙탕물이 임시수로를 천천히 흐르는 동안 침전물이 수로 바닥에 가라앉아 물이 강으로 흘러들 무렵에는 맑은 상태로 바뀌었다. 또 고정보 부근의 물이 고여 있어 자칫 썩을 수도 있다는 우려는 고정보마다 공기발생기를 설치해 시간당 1만8000t의 공기를 강바닥에 주입해 해소했다.

지난달 7일에는 수해방지 효과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연기군 일대에는 하루 55mm가량의 장대비가 내렸고 한국수자원공사는 “금남보 일대 수위가 11.4m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해 피해가 없도록 대비하라”고 시공사에 경고했다. 하지만 금남보 일대 수위는 10.6m까지 올라가는 데 그쳐 우려했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박태균 현장소장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앞으로 200년간 예상되는 최대 강수량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보와 둔치, 제방 등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강폭이 넓어진 데다 준설로 수심도 깊어져 앞으로 금강에 수해가 일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박 소장은 “흐르는 물의 양이 많아지고 상대적으로 물이 깨끗해져 요즘에는 쏘가리를 잡으러 오는 낚시꾼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며 “보와 준설의 효과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는 각계각층의 견학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 지류 정비해야 효과 극대화 가능

대청댐에서 흘러오는 물은 2급수로 깨끗하지만 미호천과 갑천에서 들어오는 물이 4급수 이상이어서 이곳 수질은 4급수에 가까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보가 모아둔 물속에 대청댐 물이 상대적으로 많아지면서 2.5∼3급수 수준이 됐다.

박 소장은 “정확한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으나 본류 사업이 우선 끝난 뒤 지류의 수질개선 사업까지 이뤄지면 수질이 2급수 이상으로 좋아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연기군 일대에 있는 80만 m² 규모의 습지를 살리기 위해 금남보의 높이를 습지 고도보다 낮게 설계했다.

현지 주민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태어나서 줄곧 이곳에서 살아온 임흥철 씨(65)는 “요즘 4대강 사업이 진척되면서 둔치와 제방이 깨끗이 정비돼 보기 좋고 물도 맑아질 것으로 기대돼 만족한다”고 말했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서동일 충남대 교수(환경공학)는 “상류의 수질이 아직 개선되지 않아 금강의 수질이 좋아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특히 가동보를 이용해 수질을 관리하는 데는 많은 노하우가 필요한 만큼 가동보 운용의 묘를 살리는 한편 지류에 대한 정비사업도 지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 환경운동연합회 관계자는 “보 건설과 대규모 준설 등 금강에서 지금 일어나는 일들은 다른 지역의 4대강 공사와 똑같다”며 “검증이 안 된 방법인 보 건설과 준설이 공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금남보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연기=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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