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공존을 향해/1부]노인공원에까지 좌-우파 구역 나뉜 줄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 피켓시위한 기자들의 소회

※ 본보는 피켓시위를 하면서 ‘취재를 위한 시위 실험’이라는 점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꾸미지 않은 시민 반응을 살피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기자가 현장에서 가장 많이 한 질문이자, 가장 응답이 없었던 질문이다. “정부 말은 안 믿는다”는 대학생이나, “참여연대는 빨갱이”라고 밝힌 노인들 모두 판단의 근거는 빈약했다. 나도 역시 결론부터 내리고, 사실을 끼워 맞추진 않나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김윤종)

천안함 사건에 대해 노인들은 분노했고, 젊은이들은 의심했다. 종묘공원의 ‘보수파 노인’들이 스티커 붙이는 판을 엎어버렸을 때는 이념의 틀에 갇힌 한국 사회를 적나라하게 본 것 같아 몹시 씁쓸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네가 틀리다’를 말하는 사회는 성숙이 더딜 것 같다.(민병선)

종묘공원에까지 ‘우파 구역’ ‘좌파 구역’이 있었다. 말뿐만 아니라 공간까지 섞지 않을 만큼 벽은 높았다.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면 무조건 빨갱이 등 낙인을 찍었다. 주장은 곧 종교가 됐다. 적은 휴전선 너머에 있지만 우리 안에서 전쟁은 계속되고 있었다.(곽민영)

“나는 멍청하지 않아.” 참여연대를 지지한다는 한 여고생이 한 말이다. 홍익대 앞에서는 참여연대 행동지지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MB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답이 많았다. 귀를 막은 불신 사회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했다.(조이영)

거리에는 뜻밖에도 다양한 가치도 존재하고 있었다. 참전용사이지만 힘의 승리보다는 평화의 공존이 낫다는 노인, 정부를 비판하는 데 주저하지 않으면서도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는 단합된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청년 등. 소통의 중요성을 입증하기 위해 나선 피켓시위였다. 하지만 소통을 배운 것은 기자였다.(우경임)

2010년 7월 서울의 한복판인 종묘공원에는 여전히 6·25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다. 전쟁은 노인들의 유년기 기억을 점령했다. 이들은 이념갈등의 주체가 아니라 희생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대의 상처를 치유하기에는 60년의 세월이 너무 짧은 것일까.(정세진)

<특별취재팀>
▽팀장 공종식 산업부 차장 kong@donga.com
▽정치부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산업부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경제부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사회부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사회부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교육복지부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문화부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오피니언팀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인력개발팀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