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 ‘99엔 재협상’ 표명 ‘시민모임’ 광주서 환영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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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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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늦은 징용보상 된다한들 66년 恨 풀릴까만…”

“민간차원 화해 신호탄-피해보상 물꼬” 평가속
미쓰비시 “협상 아닌 대화 응한 것” 의미 축소

“만세! 정의는 이긴다” 15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미쓰비시자동차 광주전시장 앞에서 ‘99엔 소송’의 당사자 양금덕 할머니(오른쪽에서 네 번째)와 김희용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대표(왼쪽에서 네 번째) 등이 모여 함께 만세를 부르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은 전날 시민모임 측에 ‘99엔 소송’과 관련해 새로 협상하자는 뜻을 밝혔다. 광주=박영철 기자
“만세! 정의는 이긴다” 15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미쓰비시자동차 광주전시장 앞에서 ‘99엔 소송’의 당사자 양금덕 할머니(오른쪽에서 네 번째)와 김희용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대표(왼쪽에서 네 번째) 등이 모여 함께 만세를 부르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은 전날 시민모임 측에 ‘99엔 소송’과 관련해 새로 협상하자는 뜻을 밝혔다. 광주=박영철 기자
“집약적인 협상을 통해 늦어도 다음 달 광복절 전에 가시적 성과를 낼 것입니다.”

15일 오전 11시 광주 서구 치평동 일본 미쓰비시(三菱)자동차 광주전시장 앞에서 “만세, 만세, 만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자리는 전날 미쓰비시중공업 측이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 ‘99엔 재협상’ 의지를 표명한 데 대해 환영을 뜻을 밝히는 기자회견 현장이었다.

○ 66년 만에 사죄를 받아야

양금덕 할머니(82·광주 서구 양동)를 비롯한 ‘근로정신대’ 할머니 9명이 미쓰비시중공업 측으로부터 ‘재협상’ 의사를 받아낸 것은 그들이 징용당한 지 66년 만이다. 태평양전쟁 막바지 일본의 패색이 짙어지던 1944년 5월 30일 양 할머니를 비롯한 소녀 460여 명은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근로정신대’라는 깃발 아래 일본에 끌려갔다. 당시 나주초교에 다녔던 양 할머니는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상급학교에도 진학할 수 있다”는 일본인 교장의 꾐에 속아 나고야(名古屋)의 한 군수공장에 끌려가 강제노동으로 고초를 겪었다. 양 할머니를 비롯한 9명의 근로정신대 할머니가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선 것은 1999년 3월 1일. 2005년 나고야 지방재판소에 이어 2007년 나고야 고등재판소, 2008년 도쿄(東京) 최고재판소에 이르기까지 ‘공식사죄와 정당한 보상’을 촉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법적 책임이 없다”는 판결뿐이었다. 양 할머니는 이날 기자회견 석상에서 “정당한 보상도 받아내야 하지만 무엇보다 일본정부와 기업이 진심으로 무릎 꿇고 사죄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본보 15일자 A1·8면 보도
‘징용 99엔 보상’ 재협상 길 열렸다


○ “전향적 결실땐 파급효과 클 듯”

그동안 강제동원피해를 연구해 온 전문가들은 미쓰비시중공업의 재협상 제안을 ‘획기적인 일’로 평가했다. 김광열 광운대 국제협력학부 교수는 “미쓰비시가 협상 테이블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는 좀 더 두고봐야겠지만 만약 협상에 나선다면 그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미쓰비시의 경우 일본 기업 중 강제동원 규모가 가장 크고 피해 형태도 다양해 그동안 한국 측의 피해보상 요구를 완강하게 거부해 왔다. 김 교수는 “미쓰비시가 피해보상에 대해 전향적으로 바뀔 경우 그 영향이 거의 모든 일본 강제동원 민간기업에 파급되는 물꼬를 틀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영호 영산대 일본어학과 교수도 “미쓰비시중공업이 피해자들과 개별 ‘화해’를 한다면 향후 민간기업 차원의 화해 움직임의 신호탄이 될 확률이 높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일본 미쓰비시 관계자는 “협상을 하려는 게 아니라 상대 단체로부터 대화를 하자는 요청이 왔기 때문에 그에 응한 것일 뿐”이라면서 의미를 축소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 정부도 지원하기로

국무총리실 산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는 이날 “미쓰비시중공업에서 강제 노역 피해자들의 보상에 나서겠다는 동아일보 보도와 관련해 외교 채널을 통해 일본 정부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위원회는 보도 내용대로 미쓰비시가 강제 노역 피해자 보상에 나설 경우 정부 차원의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위원회는 미쓰비시에서 강제 노역을 했던 피해자가 3000여 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피해자가 더 있는지 실태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위원회는 미쓰비시를 제외한 일본의 다른 전범 대기업에서 강제 노역을 한 피해자의 실태도 조사하기로 했다. 이 조사에는 피해자 규모는 물론이고 해당 기업에서 지급한 보상 규모나 소송 진행 여부 등 다양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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