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특별활동’ 47년 만에 삭제…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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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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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중고 ‘2009 개정 교육 과정’ 문답풀이

Q: ‘블록타임제’ 어떻게 하나
A: 실기-토론-실습과목에 적용
2~3시간 진행, 내용 충실하게

Q: 학교별 수업시간 달라지나
A: 성적 떨어지는 과목시간 확대
전체 수업시간은 변함 없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일선 학교에 ‘2009 개정 교육 과정’이 도입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현재 우리 학생들은 공부 부담이 너무 커 학교생활을 즐기고 있지 못하다”며 “이번 교육 과정은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는 것이 최대 목표”라고 밝혔다. 또 창의력 재량활동과 특별활동을 ‘창의적 체험 활동’으로 통합해 학생들의 창의력도 길러줄 계획이다. 이에 따라 1963년 제2차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 생겼던 ‘특별활동란’이 47년 만에 학교 생활기록부에서 사라지게 됐다. 교과부는 이를 위해 학기별로 10∼13개인 교과목 수를 8과목 이내로 줄이기로 했다. 또 학교별로 교과 시수를 20% 범위에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수업 시수가 적은 과목은 한 학기에 끝마치는 ‘집중이수제’와 한 과목을 2∼3시간 동안 진행하는 ‘블록타임제’도 도입한다. 과목 특성에 맞는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교과 교실제’도 더욱 활성화할 예정이다. 교과부는 “2009 개정 교육 과정이 자리 잡으면 학습효과는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 과정 편성을 두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2007 개정 교육 과정 도입 2년 만에 교육 과정이 또 바뀌기 때문이다. 2009 개정 교육 과정이 학교생활을 어떻게 바꿀지 문답을 통해 알아봤다.》
여태까지 학교 수업은 교실의 자기 자리에 앉아 선생님 말씀을 듣는 게 전부였다. 배워야 할 교과목이 너무 많아 시험 때만 되면 밤샘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학생도 많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09 개정 교육 과정이 도입되면 적은 과목을, 과목 특성에 맞는 교실에서 흥미롭게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교과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서울 한강중 학생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여태까지 학교 수업은 교실의 자기 자리에 앉아 선생님 말씀을 듣는 게 전부였다. 배워야 할 교과목이 너무 많아 시험 때만 되면 밤샘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학생도 많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09 개정 교육 과정이 도입되면 적은 과목을, 과목 특성에 맞는 교실에서 흥미롭게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교과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서울 한강중 학생들. 동아일보 자료 사진
Q. 시간표는 어떻게 바뀌나.

A. 예전에는 1학기와 2학기에 배우는 과목이 똑같았지만 집중이수제로 다른 과목을 배울 수 있게 됐다. 과목 수가 줄고 블록타임제가 도입되면 하루에 배우는 과목 수도 줄어든다. 중학생의 경우 하루 수업 시간은 7교시이지만 배우는 과목은 3, 4과목으로 줄어드는 식이다. 중간·기말고사 때 시험을 보는 과목도 줄어 시험 부담도 준다. 교과부는 배우는 과목 수가 줄어들면 과제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과제 내용도 주제 탐구, 발표수업 준비 등으로 이전보다 흥미로워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학교별 과목 수업 시간이 다를 수 있나.

A. 학교 전체적으로 영어보다 수학 성적이 떨어지더라도 지금까지는 수업 시간을 조정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부족한 수학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사교육 업체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2009 개정 교육 과정이 도입되면 1주일에 영어 수업을 1시간 줄이고, 수학을 1시간 늘리는 게 가능하다.

Q. 그러면 모든 학교가 국어 영어 수학 위주 수업을 할 우려가 있지 않나.

A. 조정할 수 있는 수업 시수는 ‘덩어리’ 개념이다. 과목마다 기준 시수가 정해져 있다. 전체적인 틀에서는 수업 시수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지만 과목별로 정해진 수업 시간은 채워야 하는 시스템이다. 국어 영어 수학 이외 과목도 정해진 수업 시간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국어 영어 수학 수업 시간을 무조건 늘릴 수는 없다. 교과부는 또 학교 컨설팅을 통해 국어 영어 수학 쏠림 현상을 지도할 방침이다.

Q. 블록타임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하나.

A. 국어 영어 수학 같은 과목에도 활용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미술이나 도덕 기술 가정처럼 실기 토론 실습을 필요로 하는 과목에 적용한다. 예전에는 미술이 1시간이라 학교에서 작품을 완성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러면 숙제가 됐다. 블록타임제로 미술 수업을 연달아 2시간 진행해 학교에서 작품을 완성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기술 가정 시간에도 공작이나 요리 실습 등을 늘릴 수 있다.

Q. 초등학교 예체능을 한 학기에 집중이수하면 봄에 가을 노래를 배우는 해프닝을 빚을 수 있지 않나.

A. 2009 개정 교육 과정에는 ‘학년군’ 개념도 포함돼 있다. 여러 학년을 묶어 한 반을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학년 1학기 때 1, 2학년의 1학기 음악을 집중 이수하고, 2학년 2학기에 1, 2학년의 2학기 음악을 집중 이수하면 계절에 맞지 않는 노래를 배우는 것과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담임이 같은 반을 2년 연속 맡도록 하는 방식도 있다.

Q. 전학을 하게 되면 못 배우는 과목이 생길 수 있지 않나.

A. 시범학교 운영 결과를 보면 한 학년을 두 그룹으로 나눠 집중 이수를 실시한 경우가 많다. 전체 10반이라면 1∼5반은 음악, 6∼10반은 미술을 가르치는 식이다. 이 때문에 전학을 해도 과목을 놓칠 확률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런 사례가 발생한다면 방과후 학교나 지역교육청에서 해당 과목 교과 과정을 별도로 만들어 가르치게 된다. 이런 학생이 단 한 명이라도 있으면 시간 강사나 기간제 교사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교과부는 집중 이수를 한다는 것 자체가 과목 시수가 적다는 뜻이기 때문에 소수 학생을 대상으로 집중 과정을 개설하면 학생들이 큰 어려움 없이 수업 과정을 따라올 것으로 보고 있다.


Q. 한 학년을 두 그룹으로 나누면 내신 산출은 어떻게 하나. 1학기에 집중 이수한 친구들의 시험 문제 등을 파악할 수 있는 2학기 집중 이수 학생이 유리할 텐데….

A. 시범학교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우려했다. 하지만 실제 1, 2학기 학생들 성적에 큰 차이가 없었다. 내신 기준 차이도 별 영향이 없었다. 한 학년 학생을 500명이라고 했을 때 500명 중 20등은 250명을 기준으로 해도 10등에 들었다는 뜻이다. 또 집중 이수를 하는 과목은 수업 시수가 적어 내신에 끼치는 영향이 적은 편이다.

Q. 고3은 내신에 아주 민감하다. 2학기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어 수업에 집중하기 어렵지 않나.

A. 집중 이수는 모든 과목에 꼭 적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시범 운영 결과 대부분 학교가 3학년 2학기 때는 수능과 상관없는 과목을 편성했다. 학생들이 부담 없이 수능 준비를 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고교에서는 내신에 큰 영향이 가지 않게끔 수능 중심으로 편제표를 짜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Q. 창의적 체험 활동은 어떻게 진행되나.

A. 창의적 체험 활동은 △진로 △봉사 △동아리 활동이 큰 축이다. 그렇다고 세 가지가 무 자르듯 나뉘는 것은 아니다. 독서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학생의 경우 동아리에서 보육원이나 양로원을 방문해 책 읽어주기 활동을 벌였다면 봉사 점수에도 포함된다. 이 학생이 사회복지사를 꿈꾼다면 진로 활동도 이행한 것이다. 또 사회 선생님과 같이 강변에서 쓰레기를 주우면서 주변 지리에 대해 배웠다면 봉사와 수업을 서로 연계한 셈이 된다. 학생들은 자기 창의적 체험 활동을 글, 사진, 보고서 등의 형식으로 종합지원시스템(www.edupot.go.kr)에 올려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비하면 된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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