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초의 ‘왕오천축국전’ 12월 서울서 세계 첫 공개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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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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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358cm-227행 5893자…1300년전 ‘구도의 書’ 만난다

소장 佛국립도서관서 대여
8세기 印-중앙亞 모습 담은 한국인 최초 해외 여행기
실크로드 유물 200점도 전시

8세기 통일신라 승려 혜초가 고대 인도의 다섯 천축국을 답사하고 쓴 ‘왕오천축국전’의 일부.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왕오천축국전이 세계 최초로 공개 전시된다. 왕오천축국전은 12월 18일부터 2011년 4월 3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과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실크로드와 둔황’ 특별전에 선보인다. 사진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8세기 통일신라 승려 혜초가 고대 인도의 다섯 천축국을 답사하고 쓴 ‘왕오천축국전’의 일부.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왕오천축국전이 세계 최초로 공개 전시된다. 왕오천축국전은 12월 18일부터 2011년 4월 3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과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실크로드와 둔황’ 특별전에 선보인다. 사진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혜초의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이 국립중앙박물관과 동아일보가 12월 공동 주최하는 ‘실크로드와 둔황(敦煌)’ 특별전에 선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최근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실크로드와 둔황’ 특별전에 왕오천축국전 원본을 대여하기로 공식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왕오천축국전이 공개 전시되는 것은 세계 최초이다. 프랑스에서도 공개 전시한 적이 없었다.

‘왕오천축국전’은 신라 승려 혜초(704∼787)가 고대 인도의 다섯 천축국을 기행하고 727년 작성한 여행기. 한국인이 쓴 최초의 해외 여행기로, 8세기 인도와 중앙아시아의 정치 문화 경제 풍습 등을 자세히 담고 있어 학술적 역사적 가치가 높다. 7세기 현장 법사의 ‘대당서역기’, 13세기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14세기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와 함께 세계 최고의 여행기로 평가받는다.

왕오천축국전은 한 권의 두루마리 필사본이다. 총 227행에 훼손되지 않고 남아 있는 부분은 5893자. 세로 28.5cm, 가로 42cm 크기의 종이 아홉 장을 붙여 만들었다. 총길이는 358cm에 이른다.

‘왕오천축국전’을 쓴 8세기 통일신라 승려 혜초. 그가 등짐을 지고 인도를 여행하는 모습을 박진호 씨가 복원한 것이다. 사진 제공 학고재
‘왕오천축국전’을 쓴 8세기 통일신라 승려 혜초. 그가 등짐을 지고 인도를 여행하는 모습을 박진호 씨가 복원한 것이다. 사진 제공 학고재
왕오천축국전은 1908년 2월 프랑스의 탐험가 폴 펠리오가 구입한 중국 둔황 막고굴(莫高窟) 장경동(藏經洞) 고문서 가운데 하나. 당시 펠리오는 24상자 분량의 고문서를 구입해 프랑스로 보냈고 이듬해인 1909년 5월 학계에 이 사실을 보고했다. 같은 해 12월 이 가운데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1915년엔 일본인 학자 다카구스 준지로는 혜초가 신라 승려라는 사실도 밝혔다. 1908년 프랑스로 가져간 뒤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입수해 지금까지 보관해오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민병찬 전시팀장은 “프랑스로 넘어간 뒤 지금까지 한 차례도 공개 전시한 적이 없다”며 “특히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실크로드 특별전에 왕오천축국전을 세계 최초로 선보인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12월 18일부터 2011년 4월 3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실크로드와 둔황’전은 동아일보 창간 90주년 기념 특별전이자 국립중앙박물관이 2008년부터 기획해온 세계 문명전의 하나다. 왕오천축국전을 비롯해 중국 신장(新疆) 간쑤(甘肅) 닝허(寧河) 성 등의 10여 곳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청동마차상 등 실크로드 관련 유물 200여 점을 전시한다. 중앙박물관은 전시장에 혜초의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혜초의 여행 과정 등을 입체적으로 보여줄 계획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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