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90주년/기고]장애인들이 한국영화 안보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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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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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복지관 하면 장애인들이 살아가는 생활시설들과 혼동해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장애인들의 삶이 잘 알려지지 않은 탓이다.

1988년 장애인올림픽 이후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정책적 보완은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누릴 수 있는 영역은 여전히 매우 제한돼 있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복지관이란 특별한 장소를 만들어 장애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발전하면서 예전과 달리 장애인 분야에서조차 더는 먹고사는 문제가 중심이 되진 않는다. 그 대신 비장애인들의 삶과 비교해 얼마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느냐가 장애인들에게도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장애인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복지관에서는 정부 또는 외부단체의 지원으로 다양한 문화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장애인 당사자의 문화적 결정권이 결여된 일방적 문화지원만으로 장애인의 삶의 질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1년에 일방적으로 두세 번 치러지는 문화행사보다 장애인이 원하는 문화 경험을 누릴 방안을 모색하는 게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일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여건이 열악하지만 쌍방향 공연을 추구하려는 나눔 예술의 방향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청각장애인들은 극장에서 영화를 고를 때 자막이 없는 한국 영화는 고르지 않는다고 한다. 시각장애인들에겐 상황설명이 없는 영화 음향이 견딜 수 없는 소음으로 들리기도 한다. 또한 휠체어를 타는 지체장애인들에게는 환경이 열악한 대학로 소극장에서 공연을 본다는 것조차 큰 용기가 필요하다.

굳이 무료티켓을 제공하지 않더라도 장애인의 문화 결정권이 보장되는 환경 조성이 문화를 통한 장애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첫걸음이 아닐까.

이윤일 서울시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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