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진정성 없는 스펙 미국 입학사정관의 마음 못 움직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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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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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입시의 핵심인 입학사정관전형을 통과하기란 쉽지 않다. 고교 내신 성적, 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SAT) 점수뿐 아니라 에세이, 추천서, 리더십, 자원봉사활동 등을 두루 평가하기 때문이다. 학교가 원하는 인재상에 적합한 인물을 찾으므로 평가기준과 비중도 학교마다 다르다.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는 미국 전역은 물론 세계 각국의 우수한 학생이 몰려 평균 경쟁률은 10 대 1을 웃돈다. SAT 만점, 전 과목 ‘A’ 성적을 가진 지원자도 학교별로 수천 명. 그중에서 입학사정관의 까다로운 평가기준에 딱 맞는 학생만 합격 티켓을 얻을 수 있다. 올해 미국 프린스턴대, 매사추세츠공대(MIT)에 합격한 두 한국학생을 만났다. 중학 2학년 때 도미(渡美)해 명문 보딩스쿨로 꼽히는 조지타운프렙을 졸업하고 프린스턴대에 합격한 ‘해외파’ 김윤 씨(19)와 한국외국어대부속용인외고를 졸업하고 MIT에 합격한 ‘국내파’ 진다슬 씨(19·여)다. 이들이 입학사정관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글로벌인재라면 학교성적은 기본!

김 씨는 졸업할 때 한국 학생으로선 학교 역사상 처음으로 성적우수 1등상인 ‘윌리엄스 메달’을 받았다. 9학년(한국기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4년간 늘 전교 1등이었다. 정규 수업은 오후 3시에 끝났지만 의무적으로 2시간씩 참여 해야 하는 스포츠 시간, 방과 후 클럽 활동으로 늘 분주했다.


과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일주일에 한두 과목씩은 성적에 반영되는 시험을 치렀다.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공부할 때가 많았고 시험 때는 오전 2시까지 공부했다. 김 씨는 “미국에는 선행학습도 학원도 없지만 학교 공부만 따라가기에도 벅차다”면서 “아이비리그 지원 시 고교 내신성적은 기본적이면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성실하게 공부했다”고 말했다.

한편 진 씨의 성적은 고교 3년 동안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1학년 때 세계사에서 ‘C’를 받은 진 씨는 이후 성적이 점차 향상돼 평균 4.79점(5.00점 만점)을 유지했다. 3학년 때는 대부분의 과목에서 ‘A’를 받았다. 진 씨는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성적이 향상되는 것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들었다”면서 “다른 지원자에 비해 성적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성적이 향상됐다는 점과 학교와 잘 맞는 학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만화, 바이올린, 몽골, 점자책이 ‘건축’으로 통한다?!

진 씨는 환경, 음악, 미술,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다. ‘미리 생각한 전공이 있다면 그것에 대해서 적어라’라는 에세이 질문에 진 씨는 이런 평소 관심분야를 답으로 적었다. 진 씨는 MIT에서 장차 건축을 전공하고 싶다고 썼다.

진 씨의 포트폴리오는 매우 다채롭다. 고1 때부터 ‘한나무’라는 환경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우연히 몽골의 사막화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된 진 씨와 친구들은 몽골에 직접 가서 사막화의 심각성을 확인했다. 국내에 돌아와서는 사막화와 관련된 영어 논문을 번역하고 몽골 고비사막에 나무를 심기 위한 기금마련 캠페인을 벌였다.

진 씨는 어릴 때부터 배운 바이올린 연주솜씨를 살려 현악 앙상블 동아리 ‘Celeste’에서도 활동했다. 토요일마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를 연주하는 친구들과 두 시간씩 연주했다. 그림 그리기도 취미 중 하나다. 중학교 때 미술부에서 만화를 그렸던 진 씨는 MIT 지원 시 그동안 그렸던 작품과 조형물의 사진을 포트폴리오로 제작해 제출했다.

고1 때부턴 시각장애인을 위해 문서와 책을 타이핑하는 봉사활동을 꾸준히 했다. 이런 활동이 건축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진 씨는 “교회를 짓더라도 건축가는 오르간 소리가 어떻게 퍼질지 예측해야 한다. 건축은 종합적인 분야인 만큼 나의 다양한 관심분야가 건축을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에세이를 통해 어필했다”고 말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학생인가?


김 씨는 “스펙을 위한 스펙이 아니라 진정성 있고 일관되게 진행한 활동이 인정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교육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인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을 갖고 평소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네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사람에 대해 쓰라’는 프린스턴대 에세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9학년 때부터 여름방학 때마다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 주에서 했던 자원봉사활동을 썼다. 이곳에서 김 씨는 컴퓨터 사업으로 미국에서 번 돈을 전부 멕시코 빈민가에 투자해 학교와 봉사센터를 지은 한국인 50대 남성을 만났다. 김 씨는 이 자원봉사자와 함께 식수가 부족한 가정에 빗물 정수통을 설치하고 어린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는 활동을 했다.

앞으로 경제학을 공부하고 싶은 김 씨는 에세이에서 멕시코 빈민가에 첫발을 디뎠던 순간을 묘사하며 “그를 통해 돈을 벌어 자기만 잘 먹고 잘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이룬 뒤엔 다른 사람에게 꿈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썼다.

진 씨는 교사의 추천서도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일러주었다. 그는 추천서를 담당한 화학교사와 ‘효율적인 디자인’에 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예를 들어 더러운 물을 마시는 아프리카 빈민을 위해 쉽게 휴대할 수 있는 작은 정수기를 디자인해 어디서나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하고 싶다는 바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실현 가능한 방법을 논의하는 식이었다.

진 씨는 “추천서를 써주신 선생님과 앞으로 연구하고 싶은 부분과 관심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에 선생님께서 나를 충분히 이해해 정직하고 신중한 추천서를 써주셨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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