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세종로 기념비전 기와-벽돌, 광주분원서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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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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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사편찬위 확인

“동료가 서울에서 내려와 말하길, 황토현(黃土峴·현 광화문 사거리) 어비각(御碑閣·고종 즉위 40주년 칭경기념비·사진)과 담장에 덮을 기와와 벽돌을 청색으로 구워 만들라고 치수와 겨냥지를 가지고 왔다. 전 의관이 속히 만들라고 부탁했다.”(지규식 ‘하재일기’, 1903년 10월 27일)

대한제국 시대 고종 즉위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칭경기념비전(비를 보호하기 위한 구조물) 자재에 대한 비밀이 풀렸다. 서울시사편찬위원회는 “그동안 알려진 바 없었던 칭경기념비전의 기와와 벽돌 등이 당시 양근(현 경기 광주시) 분원에서 특별히 제작돼 공급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11일 밝혔다. 분원은 왕실에 도자기와 그릇 등을 만들어 바치던 관영사기제조장이다. 시사편찬위원회 측은 “이 시기 주로 그릇을 만들던 분원에서 별도로 비전에 쓸 청기와를 만든 것은 특별한 일”이라며 “별도로 분원에 지시가 내려졌던 이유는 일기를 통해서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1902년 고종 즉위 4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만든 칭경기념비에는 나라 이름을 대한제국으로 고치고 황제의 칭호를 사용한 것을 기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황태자 순종은 비몸 앞면에 ‘대한제국 대황제보령망 육순 어극사십년칭경기념송(大韓帝國 大皇帝寶齡望 六旬御極四十年稱慶紀念頌)’이라고 적었다. 고종 나이가 예순을 바라봄과 즉위 40주년에 이른 경사를 기념한다는 뜻이다. 비전은 6·25전쟁으로 일부 파손됐으나 1954년과 1979년에 각각 복원됐다. 서울시 측은 “칭경기념비전은 20세기 초 전통적인 건축양식의 틀이 사라지기 전에 세워진 건물”이라며 “이 시기에 세워진 덕수궁의 다른 여러 건물과 더불어 중요한 연구자료”라고 설명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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