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 초중고생 145명 “이제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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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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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교육청서 출판비용 지원
‘학생저자 10만 양성’ 첫 결실

대구 지역 12개 초중고교생 145명이 ‘저자’가 됐다. 자기 이름으로 된 책을 정식으로 출판했기 때문이다. 학생 저자들의 책은 현재 전국 서점의 서가에 꽂히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9일 학생 저자를 비롯해 지도교사와 학부모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해 ‘학생 저자 10만 양성’이라는 책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율곡 이이(1536∼1584)가 병조판서(지금의 국방부 장관) 때 전쟁에 대비해 10만 군사 양병을 주장했다는 취지를 본떴다. 학생들이 글쓰기를 소홀히 하면 대학입학이나 훗날 직장생활 등에서 전란과 같은 큰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 프로젝트의 첫 결실인 10권의 책(표 참조)은 책쓰기 실적을 위해 괴로움을 참아가며 억지로 만든 작품이 아니다. 학생들이 평소 선생님들과 머리를 맞대고 즐겁게 쓴 글이나 여행기, 동화, 수필 등을 그대로 출판한 것이다. 시교육청은 후보 작품 가운데 출판 가치가 높은 것을 선정하고 출판비용 등을 지원했다. 현재 대구지역 초중고교에는 575개 책쓰기 동아리에 1만100여 명이 활동하고 있어 내년에는 이들이 준비하는 작품 중에서 더 많은 책이 출판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출판을 하게 되기까지는 6년가량 땅을 고르고 씨를 뿌리는 준비가 필요했다. 2005년부터 대구 지역 모든 초중고교생들이 참여한 ‘아침독서 10분 운동’과 2007년부터 시작한 ‘삶쓰기 100자 운동’이 그것이다. 날마다 조금씩이라도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는 한편 일상의 경험을 몇 줄이라도 써보는 노력을 통해 결국 책쓰기까지 나아갔다. 교사들도 함께 하면서 학교마다 ‘읽고 쓰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그 위에서 학생 저자 10만 양성도 비로소 가능했다.


책쓰기는 개인적 체험이나 상상 등을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아침독서 10분 운동을 시작으로 학생 저자 10만 양성 프로젝트를 도입한 대구교육청 한원경 장학관(50·교육정책과)은 “책쓰기는 개인적 차원에 머물 수 있는 글쓰기를 읽는 사람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소통능력을 키우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명여고는 지난해 6월 ‘열세 소녀의 꿈으로 그린 책 13+1’에 이어 이번에도 11명이 참여해 자신들의 성장기를 담은 책을 펴냈다. 한준희 지도교사(46)는 “책쓰기를 해보면 학생들의 생각이 눈에 보이듯 성장한다”며 “다음에는 상상력을 발휘해 스토리(이야기)를 담아내는 책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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