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펠러 등 어뢰 잔해, 北설계도면과 mm 단위까지 똑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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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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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어뢰의 실제 크기로 만든 설계도면 민군 합동조사단이 20일 국방부에서 열린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에서 북한의 수출용 무기 소개 책자에 있는 어뢰 설계도를 실물 크기로 확대한 자료를 제시하며 군이 수거한 어뢰의 잔해가 북한산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북한산 어뢰의 실제 크기로 만든 설계도면 민군 합동조사단이 20일 국방부에서 열린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에서 북한의 수출용 무기 소개 책자에 있는 어뢰 설계도를 실물 크기로 확대한 자료를 제시하며 군이 수거한 어뢰의 잔해가 북한산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 ‘북한제’ 꼼짝못할 증거

북한산 무기 카탈로그
수출대상국 돌리는 책자
합조단 참가국 軍서 입수
부품 대조결과 重어뢰 일치

어뢰 안쪽 ‘1번’ 글씨
“한글쓰는 나라 남북한 뿐”
관리 편의 위한 표시인듯
7년전 확보 北어뢰와 비슷


천안함 침몰 원인을 밝힐 스모킹 건(smoking gun·결정적 증거)으로 녹슨 어뢰의 잔해가 공개됐다. 지름이 33.0cm인 추진모터, 112cm 길이의 축(샤프트), 프로펠러와 방향타가 달린 추진체 등 어뢰 뒷부분을 구성하는 것들이다. 3m가량의 유리관 안에 놓인 어뢰 잔해는 북한이 천안함 장병 46명의 목숨을 앗아갔음을 입증하는 꼼짝 못할 증거였다.

어뢰 잔해는 3월 26일 폭발 이후 5월 15일 발견될 때까지 50일가량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었던 탓에 상당히 부식돼 있었다. 갈색 녹이 전체적으로 퍼져 있었고, 순회전 및 역회전 프로펠러 1쌍과 추진모터 부분에는 하얀 가루가 붙어 있었다. 합조단은 그동안 이 어뢰의 금속단면에 대한 비(非)파괴 검사를 통해 이 어뢰의 금속 재질이 조잡하고, 제조 후 오랜 시간이 지난 것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 문제의 어뢰는 북한의 수출상품

윤덕용 합동조사단장은 이날 그동안 존재 자체가 알려져 있지 않던 ‘북한산 무기 소개책자’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해외수출을 위해 제작한 무기들을 정리해 놓은 카탈로그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수출 가능한 무기의 제원, 약식 설계도면 등을 정리한 카탈로그를 합조단 참가국의 군 당국이 입수했다는 것이다. 합조단 측은 다만 군사보안을 이유로 카탈로그 입수 경위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합조단은 15일 발견한 어뢰 잔해를 부품별로 측정한 뒤 이 수치가 카탈로그 속의 한 항목과 일치하는 것을 발견했다. 제품명이 CHT-02D로 붙은 중(重)어뢰였다. 합조단은 이날 발표장에 실물 크기로 출력한 정교한 어뢰 설계도면을 준비해 왔다. 어뢰 잔해가 담긴 유리상자 위로 설계도면을 펼치자 잔해와 도면은 mm 단위까지 정확히 일치했다. 윤종성 과학수사분과장(육군 준장)은 “어뢰에서 직사각형인 상부방향키, T자 모양인 하부방향키가 도면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말했다. 합조단 측은 “카탈로그에 담긴 도면을 확대해 그렸다”고 말했다.

일부 기자는 “그 어뢰 잔해가 천안함을 침몰시킨 걸 어떻게 입증하느냐”고 물었다. 천안함 폭발 해역에서 발견됐다는 이유만으로 이 어뢰 잔해가 천안함을 격침시킨 어뢰라는 증거가 될 수 있느냐는 뜻이었다.

이에 합조단은 어뢰에 묻은 하얀 가루가 천안함 함수와 함미의 절단면 등 모두 8곳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화학 분석을 통해 어뢰와 천안함 가루성분의 화학적 구조가 일치하는 분석 결과도 제시했다. 함체 절단면과 어뢰의 물질은 나트륨(Na) 규소(Si) 알루미늄(Al) 등 원소기호별로 정확하게 일치했다.

○ 어뢰 부품에 등장한 ‘1번’ 글씨

합조단이 두 번째 핵심증거로 제시한 것은 어뢰 부품 속에서 찾아낸 ‘1번’이라는 글씨였다. 전시된 어뢰를 유리상자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보이는 이 글씨는 당초 금속 표면에 음각(陰刻)돼 있을 것으로 예측됐던 것과 달리 굵은 파란색 유성펜으로 쓰인 것이었다. 합조단은 이 숫자는 북한군이 어뢰를 관리·보수하는 과정에 업무 편의를 위해 손으로 써 넣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합조단 관계자는 “어뢰 안쪽 부품에 한글로 글씨를 남길 나라는 지구상에 우리와 북한밖에 없다”며 “우리가 아닌 만큼 이 어뢰를 관리할 목적으로 글씨를 쓴 것은 북한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합조단은 프로펠러 파편을 발견한 뒤 7년 전 해군이 경북 포항시 앞바다에서 확보한 북한의 훈련용 경어뢰에 대한 기록도 꼼꼼히 살폈다. 이때 찾아낸 것이 7년 전 어뢰에서도 손으로 쓰인 ‘4호’라는 글씨였다.

두 글씨의 필적 감정은 실시하지 않았다. 합조단 측은 “‘번’과 ‘호’라는 1음절에는 자음과 모음이 겹치는 게 없어 감정의 실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잉크의 성분 분석도 가능하긴 하지만 어뢰가 최종 발표 닷새 전(15일)에 발견된 만큼 분석 시간이 부족해 아직 실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동영상 = 北어뢰 파편 공개…천안함 침몰 결정적 증거


▲ 동영상 = 처참한 천안함 절단면…北 중어뢰 공격으로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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