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주 허파 ‘곶자왈’ 올레길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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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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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마을회관~무릉2리 17.5km
용암지대 나무-덩굴 자연림 장관

상록활엽수와 양치식물이 우거진 제주의 곶자왈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올레코스가 열렸다. 임재영 기자
상록활엽수와 양치식물이 우거진 제주의 곶자왈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올레코스가 열렸다. 임재영 기자

‘제주생태계의 허파’로 불리는 ‘곶자왈’을 탐사할 수 있는 숲길이 열렸다. 24일 오전 10시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저지마을회관. 사단법인 제주올레(이사장 서명숙)에서 마련한 ‘올레 14-1 코스’ 개장 행사에 400여 명이 몰렸다. 300여 명은 이미 출발했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제주의 곶자왈을 가까이서 보는 최장 코스로 저지마을회관에서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2리 생태학교까지 17.5km에 이른다.

곶자왈은 용암으로 형성된 요철지대에 나무와 덩굴 등이 자연림을 이룬 곳. 땅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열기로 연중 16∼18도가 유지된다. 북방한계,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며 빗물을 땅속으로 보내 지하수를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저지마을회관을 출발한 뒤 밭길을 거쳐 숲으로 진입했다. 길가에는 노란색의 앙증맞은 눈괴불주머니를 비롯해 양지꽃, 가시딸기, 탱자나무가 무더기로 꽃을 피웠다. 으름덩굴에 꽃이 달렸고 하늘색 큰구슬붕이가 꽃눈을 활짝 열었다. 문도지오름 정상(해발 260m)에선 제주 서부지역의 광활한 곶자왈이 한눈에 들어왔다.

오름을 내려오면 곧바로 곶자왈 숲이 시작된다. 상록활엽수인 종가시나무, 붉가시나무 등이 하늘을 가릴 듯 울창했다. 햇빛이 강했지만 곶자왈 숲 속은 어둡기만 했다. 콩짜개덩굴이 돌과 바위를 감싸고 가는쇠고사리, 쇠고비가 우후죽순으로 자리 잡았다. 한 사람이 겨우 드나들 수 있을 만큼만 다듬은 이 길은 출발과 도착지점 주변을 제외하고는 모두 숲길이다.

이번 곶자왈 코스는 목장에서 사용하는 숲길, 소와 목동이 다닌 길을 정비해 만들었다. 엉켜 있는 청미래덩굴, 찔레나무 등을 걷어내고 돌을 골라내는 정비작업을 했다. 곶자왈 식생을 파괴하지 않도록 길 너비를 최소화했다. 서 이사장은 “탐사대원들이 온갖 고생 끝에 이끼 낀 돌 하나, 풀 한 포기도 소중히 여기며 길을 냈다”며 “그동안 이론적으로만 중요성을 알고 있던 곶자왈을 실제 몸으로 느끼는 소중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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