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애도 물결]“그 희생 헛되이 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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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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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도… 등산객도… 군인도… 전국 150여 분향소 찾아

“이렇게 가다니” 25일 천안함 침몰 희생자 46명의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 내 실내체육관은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유가족 한 명이 영정을 쓰다듬으며 흐느끼고 있다. 평택=사진공동취재단
“이렇게 가다니” 25일 천안함 침몰 희생자 46명의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 내 실내체육관은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유가족 한 명이 영정을 쓰다듬으며 흐느끼고 있다. 평택=사진공동취재단
“대한민국은 당신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겁니다.”

천안함 희생 장병 장례식이 시작된 25일 군에서 설치한 90개의 분향소와 16개 시도 및 시군구에서 설치한 분향소 등 전국 150여 곳의 분향소에는 수병 46명의 명복을 비는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경기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 체육관에 대표 분향소를 설치한 해군은 사령부·사단급 부대가 있는 부산 진해 인천 동해 목포 포항 김포 제주 계룡대와 사건 발생지 인근인 백령도 등 모두 10곳에 추가로 분향소를 설치했다. 분향소는 25일 오후 2시부터 29일 낮 12시까지 운영된다. 육군은 사단급 이상 부대 58곳에, 공군은 비행단급 이상 부대 21곳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해군 제2함대사령부 내 분향소에는 이날 오후 1시부터 가족과 친지들을 시작으로 정부와 군 고위 관계자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가족들은 제단 앞 영정을 보고는 꾹꾹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렸다.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는 제단 앞에서 “아이고 평기야, 불쌍한 내 새끼, 아이고 어떡해”라며 하염없이 통곡했다. 가족들은 오열을 반복했고 이창기 준위와 박경수 상사의 어머니는 끝내 응급조치를 받기도 했다. 오후 1시 반경 조문을 한 정운찬 국무총리는 유가족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고 14세로 상주가 된 이창기 준위 아들 이산 군에게는 “나도 아버지가 아홉 살에 돌아가셨다”며 위로를 하기도 했다.

46명의 용사와 동고동락했던 2함대사 소속 장병들도 숙연한 표정이었다. 분향소를 찾은 한 장병은 “나라를 위해 희생한 그들은 진정한 군인”이라며 “그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동료들을 먼저 보낸 천안함 생존 장병들도 장례식에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함 전사자가족협의회’(천전협) 나재봉 대표는 “생존 장병들이 ‘허드렛일이라도 하겠다’며 함께하고 싶은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라며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눠볼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는 가로 22m, 세로 8m, 높이 6.7m의 제단을 국화 2만5000여 송이로 장식한 채 오후 2시부터 조문객을 맞았다. 경기 성남시 중부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봉준한 군(12)은 “엄마와 오전 7시에 출발해서 왔다가 아직 분향소가 마련되지 않아 집에 다시 다녀왔다”면서 “나라를 지키다가 돌아가신 군인 아저씨들께 ‘고맙다’란 말을 전하려 한다”며 분향소로 향했다. 서울시에서 짤막한 글을 적어 남길 수 있도록 마련한 ‘추모의 벽’에는 세상을 떠난 장병들의 영면을 비는 글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서울광장 분향소에는 오후 11시까지 3300여 명이 조문을 마쳤다.

경남 창원시 사림동 경남도청 동편 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휴일을 맞아 도청 뒤 봉림산 등을 찾았던 등산객들이 많이 찾았다. 해상병 385기로 1995년 입대해 강원함(퇴역 구축함)을 탔던 문근주 씨(36·회사원)는 방명록에 ‘전우들이여, 고생 많았습니다. 행복하게 잠 드소서’라는 글을 남겼다.

평택=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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