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태’ 몽타주, 이렇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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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3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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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감정, CCTV 감정 등 과학수사기법 많이 발달했지만 몽타주 수사기법 여전히 유용하게 활용…


▲ 동영상 = 과학수사계 ‘몽타주요원’의 몽타주 작업과정

지난 달 10일, 부산 여중생 이유리 양 살해사건 피의자 김길태가 공개수배 12일 만에 검거됐다. 당시 공개수배에 사용되었던 김길태 몽타주는 그의 변장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만들어진 이미지다. 한 형사의 핸드폰에 찍혀있던 예전 김길태 사진에 김길태 친구의 진술에 따라 검정 비니모자, 검정 후드티, 검정 뿔테 안경 등을 합성한 것이다. 이처럼 몽타주는 기존 범인의 이미지를 변형해 만들어지거나, 기존 이미지가 없는 경우에는 범죄현장의 목격자나 사건의 피해자 진술을 토대로 만들어진다.

프랑스어의 ‘조립하다’ 동사 monter가 어원인 몽타주(montage)는 범인의 이미지 조각들을 하나하나씩 모아 한 형태의 얼굴을 만든다. DNA 채취, 지문감정, CCTV 감정 등 과학수사기법이 발달한 요즘이라 ‘몽타주 작성 건수가 줄어들진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몽타주 수사기법은 범인에 대한 단서가 미흡한 경우 수사에 용이하게 사용되어진다. 특히 대부분의 성폭행 사건들은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공중화장실, 집안 내에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범죄 현장일 경우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에 의한 몽타주 작성이 필요하다.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의 3평 남짓한 몽타주실. 이곳에는 한 개의 책상 위에 두 대의 모니터와 한 대의 본체, 프린터기 등이 깔끔하게 놓여있다. 현재 서울지방경찰청에 소속된 몽타주요원들은 총 3명. 몽타주는 목격자가 기억한 부분을 최대한 빨리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이 때문에 몽타주요원들은 365일 24시간 작성 가능하도록 근무하고 있다.


몽타주요원 경력 5년차인 이재선 경장(38)은 “피해자 보호 CARE팀을 통해 목격자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피해자 동의하에 몽타주 작성을 시작 한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보호 CARE 팀은 심리학 전공자들로 구성된 팀으로 피해자들을 정신적으로 안정시키는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 몽타주의 신속한 작성을 위해 피해자를 재촉하게 되면 피해자들이 정신적인 충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장은 “성폭행을 당한 아동이나 여성 피해자의 경우는 경찰관서에 오는 자체가 제 2의 피해를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휴대용 노트북을 이용해 피해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몽타주를 작성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과학수사대는 국내 업체에서 개발된 몽타주 작성 프로그램 ‘컴퓨터 몽타주 그래픽’을 이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몽타주를 작성하기 시작한 때는 1975년. 정교래(과학수사대 현장 제1팀)팀장은 “1995년 4월부터 컴퓨터를 이용해 외국프로그램으로 몽타주를 작성해왔다. 하지만 한국인의 얼굴형 작성에 어려움이 있어 1999년도에 현재 프로그램으로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몽타주 작성에 주로 사용되는 이 프로그램에는 얼굴, 눈, 코 입 등 11가지 부위의 1만 800여 건 데이터베이스가 저장돼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CSI 몽타주요원, 몽타주 작성 과정
서울지방경찰청 CSI 몽타주요원, 몽타주 작성 과정


몽타주요원은 목격자의 진술에 따라 몽타주를 작성한다. 가장 먼저 시작하는 부위는 얼굴형. 얼굴형은 둥근형, 타원형, 각진 형 등 5가지의 얼굴 형태로 나뉘어있다. 그 중 목격자가 둥근형을 선택하게 되면 다양한 둥근형태의 얼굴형들이 세부적으로 또 나열된다. 이후 눈-코-입-눈썹 등의 순서대로 작업이 진행된다. (동영상 참조) 범인의 얼굴이 완성되면 콧수염, 안경, 모자 등을 추가 합성하기도 한다.
한 개의 몽타주를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2~3시간. 작업이 완료된 몽타주는 목격자의 확인을 거쳐 수배 전단지 또는 담당 형사의 수사용으로 활용되어 진다.
이 경장은 “범인의 얼굴이 찢어진 눈, 큰 코와 같이 특징 있는 얼굴인 경우에는 몽타주 작성이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장 애먹는 작업부분은 바로 머리. 이 경장은 “머리 스타일 하나로 사람의 이미지가 확 바뀌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과학수사대는 프로그램을 만든 국내업체로부터 매년 눈, 코, 귀, 입 등의 데이터베이스 업데이트를 꾸준히 받고 있다.

몽타주는 신속함과 정확도가 중요하다. 하지만 이 경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심리 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경장은 “피해자를 포함한 목격자가 진술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면 일단 작업을 중단하고 안정감을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 몽타주 작성이 그날 어렵다면 다음 날로 연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작성되는 몽타주는 매년 평균 40건 정도. 이 경장은 “몽타주는 범인의 심리적 압박을 통해 자수를 유도하거나 제 2, 3의 범행을 막기 위한 수사의 노력”이라며 몽타주 요원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정주희 동아닷컴 기자 zoo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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