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늦깎이 출발 경산과학고 첫 졸업생 배출 결과보니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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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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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투자속 사제 한마음
KAIST 18명 진학 등 성과
올해부터 郡출신 6명 선발

경산과학고 김형은 교사(왼쪽)가 2일 교내 천문대에서 학생들에게 태양 관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권효 기자
경산과학고 김형은 교사(왼쪽)가 2일 교내 천문대에서 학생들에게 태양 관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권효 기자
“천체 관측을 통해 우주적인 시야와 꿈을 키우는 것도 중요해. 지식만 갖춘 과학도가 아니라 생명을 키우는 태양의 의미도 생각할 수 있어야지.” 2일 경북 경산시 갑제동 경산과학고 교내 천문대. 김형은 교사(33·지구과학과)는 학생 10여 명에게 태양 관측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항공우주공학자를 꿈꾸는 2학년 조해송 군(17)은 “천체망원경에 눈을 댈 때마다 설렌다”며 “인류를 위해 공헌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천체망원경 5대를 설치한 이 천문대는 4억 원을 들여 지난달 완공했다.

2007년 개교해 올해 2월 첫 졸업생을 배출한 경산과학고가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KAIST 18명을 비롯해 서울대 4명, 울산과학기술대 6명, 포스텍 2명 등 졸업생 60여 명 대부분이 과학자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분야로 진학했다. 2명은 일본 공대에 입학했다. 지난 1년 동안 학생들이 전국 규모의 각종 과학대회에서 거둔 결실도 풍성하다. 전국 19개 과학고 중에서 뒤늦게 출발했지만 학생과 교직원이 한마음으로 노력한 결과다.

180여 명이 생활하는 학교지만 규모는 5만3700m²(약 1만6000평). 이곳에서 교직원 50명이 미래의 과학도를 위해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모든 학생이 전공별 담당교사와 대학교수의 지도 아래 탐구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매년 논문집에 담긴다. 학회지에 실릴 정도로 수준 높은 내용도 꽤 있다. 교사들은 오후 10시 전에 퇴근하는 일이 없고, 학생들은 오전 6시부터 일과를 시작한다. 안승인 교무부장(49·물리과)은 “소질과 적성을 고려한 맞춤형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사제가 한마음이 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그저 공부만 잘하는 단순한 과학자가 되지 않도록 학교에서 신경을 쓰는 부분은 ‘전인교육’. 박경수 교장(59·이학박사)은 “교훈인 ‘궁리역행(窮理力行·사물의 이치를 깊이 탐구하는 데 힘씀)’과 함께 ‘지인용(智仁勇·지혜, 어짊, 용기)’을 새긴 표지석을 교정에 세운 것도 이 때문”이라며 “진정한 창의성은 머리와 가슴이 융합될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경산과학고의 또 다른 의미는 경산지역의 우수한 초중고교 학생들이 대구 등 대도시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데 한몫하는 것이다. 경산은 대구 수성구와 인접해 초등학생 때부터 대구로 가는 학생이 적지 않다. 이진관 경산교육장은 “경산의 지리적 특성 때문에 대구 교육과 비교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경산과학고가 전국 최고 수준의 교육을 하고 있어 경산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경산시도 개교 이후 지금까지 10억 원가량을 지원했다.

경산과학고는 경북 전역에서 진학할 수 있지만 실제 진학을 하는 지역은 구미와 포항, 경산, 안동 등 시 지역이 중심이고 군 단위 중학교 졸업생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올해부터 6명을 울릉 등 군 지역 출신 중에서 선발할 계획이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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