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軍 “함체 건지면 가림막 치고 조사” 억측 차단? 증거 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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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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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양 어떻게 진행

언론 공개 제한
“시신 보이게 하면 결례”
바지선 취재 봉쇄방침
또다른 비밀주의 논란

민간업체 작업 본격화
하루 두번 4시간 작업
호스로 산소 공급해
심해잠수 시간 연장


인양작업에 참여한 민간업체가 사용하는 산소공급 장비 ‘후카’.
인양작업에 참여한 민간업체가 사용하는 산소공급 장비 ‘후카’.
해군이 5일 백령도 해상의 독도함에서 실종자 가족과 기자들에게 인양 계획을 설명하면서 사건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함수와 함미의 절단면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군은 “억측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취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인양된 선체를 내려놓을 바지선에 향후 바리케이드까지 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절단면을 더는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절단면 못 보게 바리케이드 설치

해군은 이날 기자들에게 함체 인양과 관련해 설명하는 자리에서 절단면 비공개 방침을 분명히 했다.

군 관계자는 “기자들은 인양 바지선에 못 들어간다. 선박이 인양됐을 때 부유물 등으로 위험하기 때문이다. 또 함수는 앞쪽, 함미는 끝쪽만 촬영이 가능하고 함수, 함미 절단면은 촬영 불가”라고 말했다. 그는 “사고 원인 파악에 중요한 절단면을 왜 안 보여주느냐”고 기자들이 묻자 “국방부 최종 발표 시까지 절단면을 보고 언론의 온갖 억측과 의혹들이 보도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은 함체를 끌어낼 때까지만 언론에 작업 과정을 공개하고 물 위로 올라오면 바지선에 바리케이드를 쳐 안에서 이뤄지는 작업을 원천적으로 폐쇄하겠다는 입장이다. 해군 측은 “작업 과정에서 혹시 천안함 실종자들의 시신이 보일지도 모르는데 이는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절단면 비공개 방침은 해외 전문가들까지 참여시켜 투명하게 원인규명을 하겠다는 군 방침과 다른 것이다.

김학송 국회 국방위원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천안함의 절단면에 대한 군의 보고를 전하며 피로파괴(함체 노후화로 갑작스레 절단되는 현상) 가능성을 배제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천안함은) 10도 정도 기울어지게 절단됐다. 아래쪽은 용접 부분이 떨어져 나갔고 위쪽은 철판이 찢어진 모양새”라며 “이 정도는 어뢰 또는 기뢰에 의한 것이며 피로파괴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게 군의 설명”이라고 전했다.

○ 향후 인양작업은

앞으로 민간 업체의 수중 인양 작업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천안함 인양을 위해 잠수에 나설 민간 잠수요원들의 수중작업 가능 예상시간은 하루 두 번으로 낮 12시에서 오후 2시, 오후 6시에서 8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5일 6명이 3개 조로 바다에 들어가 침몰한 천안함의 상태를 조사했다. 특히 해군 잠수요원들은 최대 입수시간이 5분이었던 반면 이들 민간 잠수사는 컴프레서를 이용해 최대 20분까지 잠수할 수 있었다.

해군 관계자는 “천안함이 1200t급인데 반으로 갈라졌으니 함미, 함수 모두 600∼700t급이 될 것”이라며 “인양에 참여한 대우조선해양이 천안함 설계도면을 가지고 조사한 결과 함수에 물이 차면 4배인 2500t에 이를 정도”라고 말했다. 따라서 3000t급 바지선이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해난구조대(SSU) 대원 6개 팀이 시신이 유실되지 않게 대기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원래 그물을 사용하려 했으나 유속이 강해 그 방법은 쓸 수 없다”며 “사람은 무조건 떠올라 SSU를 동원해 감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는 90mm 로프 4개로 끌어올린다. 수면까지는 중력이 낮은 상태라 올리기 쉽지만 수면을 넘어서면 중력 때문에 훨씬 무거워진다. 그래서 1cm씩 조금씩 올리면서 물을 빼고, 또 조금 올리는 식으로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해군 측은 “격실 중에 물이 빠지지 않는 곳은 민간 잠수원이 직접 들어가 작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 민간업체 장비 뭐가 다르나

백령도 해역과 같은 기상 조건에서 30m 이상 잠수할 경우는 우주복과 유사한 심해잠수특수장비인 ‘표면공급잠수장비(SSDS)’가 필수적이다. 해군은 이 장비를 갖고 있지만 준비작업에만 3, 4일이 걸려 사용을 꺼렸다.

인양작업에 참여한 유성수중개발, 88수중개발, 해양개발공사 등 3개의 민간업체 중에 이 장비를 구비한 곳은 없다. 공우영 유성수중개발공사 사장(55)은 “민간업체들은 후카(Hookah·수면 위에 있는 컴프레서에서 압력조절된 공기를 호스를 통해 수중에 있는 잠수사에게 직접 공급하는 장비)로 심해 잠수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후카는 산업잠수에서 널리 이용되는 장비로 SSDS가 없는 회사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4인용인 감압체임버를 갖춘 민간업체의 경우 2인용 감압체임버를 썼던 군보다 잠수 인원을 2배로 투입할 수 있어 작업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전중선 해양개발공사 사장(55)은 “수중에서 통화를 하면서 잠수 작업을 할 수 있는 마스크 장비도 가져와 정보 교환도 빠를 것 같다”고 말했다.

평택=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백령도=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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