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쌓기 과잉경쟁 줄것” “학생 특성파악 원천봉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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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부에 교외수상 실적 기재금지 찬반 논란

“경시대회로 공교육 파괴
비싼 학원비 학부모에 부담”
vs
“식상한 카드… 효과도 의문
수상 칭찬커녕 죄악시 안돼”

초중고교 학교생활기록부에 각종 올림피아드나 경시대회 수상 실적을 적지 못하도록 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조치에 대해 학교 현장에서 찬반 논란이 뜨겁다. 한쪽에서는 “쓸데없는 스펙 쌓기 경쟁을 줄여 사교육 문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색한 반면 다른 쪽에서는 “‘사교육비 노이로제’ 때문에 나온 과잉 반응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교과부의 조치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각종 학회나 대학 등 시험을 주최하는 기관이 공신력을 내세워 공교육을 파괴했다고 주장한다. 서울 목동지역 한 중학교 교사는 “주관은 유력 기관에서 하지만 시험장에 가보면 응시생 대부분이 학원 차를 타고 같이 시험을 보러 온다”며 “학생 중에도 진짜 실력은 없으면서 ‘나는 올림피아드 준비한다’는 자만감에 젖어 학교 공부를 소홀히 하는 학생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 중에도 “경시대회 학원은 유독 학원비가 높아 불만이었는데 다행”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목동 A학원의 경우 수학올림피아드를 준비하는 초등학생에게 3개월에 120만 원이 넘는 수강료를 받는다. 이 학원에 다니는 H 양(12)은 “학교 시험에도 나오지 않는 어려운 문제를 왜 풀어야 하는지 모를 때도 많지만 엄마가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했다”며 “앞으로 학교 공부만 더 열심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서너 번 나왔던 얘기라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외고 입시 때 토익 토플 같은 공인 영어 시험 점수를 반영하지 못하게 한 게 6, 7년 전인데 그사이 영어 사교육은 더 늘었다”며 “면접을 할 때나 자기소개서를 쓸 때 ‘나 이렇게 공부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도 학생들은 계속 경시대회에 응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부로 학생 특성을 파악해야 할 특목고나 대학도 불만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지난해 입학사정관제로 뽑은 학생 중에 발명대회에서 상을 타 자기 능력을 증명한 학생이 있었다. 이 학생과 사교육이 무슨 관련이 있느냐”며 “공교육에 학생 특기를 살릴 제도가 없는 실정에서 대외 수상 실적까지 못 보면 학생 특성을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자기소개서에 수상 실적을 적고 대학에서 이를 점수화해도 현재로서는 제재 수단이 없다. 교과부 관계자는 “자기소개서에 수상 실적을 쓰지 말라는 건 법으로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대학 측에서도 정책 취지를 따라 반영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교육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한 고교 교사는 “상을 받았다는 건 칭찬해야 할 일인데 사교육비를 유발한다고 죄악시하고 사이비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 중학교 교사도 “요즘 아이들은 일찍부터 자기 꿈을 좇아 조리나 컴퓨터 분야에서 자격증을 따거나 인증 시험을 보는 일이 많다”며 “학생이 꿈을 위해 노력한 것을 적지 말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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