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끌이 투입 적절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4일 19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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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실종자 수색을 돕다 2명이 사망하고 7명이 실종한 '쌍끌이 어선' 98금양호 사건과 관련해 과연 쌍끌이 어선 투입이 적절한 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백령도 어민들은 이들을 실종자 수색작업에 투입한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백령도 어민들은 쌍끌이 어선의 '경험 미숙'을 지적한다. 조류 속도가 빠르고, 기상 상태가 시시각각 변하는 백령도 해역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애초부터 부르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 쌍끌이 어선들은 어장 황폐화 우려 때문에 지정된 해역에서만 허가를 받고 조업을 해와 백령도 바다에 대한 정보가 전무했다. 어민 김모 씨(35)는 "사고 해역은 물살이 거세고, 더구나 사리기간이었다"며 "백령도 인근 바다의 해저 지형이나 조류 속도에 대한 정보가 없던 쌍끌이 어선들이 여기까지 올라왔던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고 지적했다. 결국 쌍끌이 어선들은 2일 그물이 찢어지거나 꼬여 2시간 만에 생존자 수색 작업을 중단하고 철수했다.

처음부터 백령도 어민들은 쌍끌이 어선 투입을 반대했다. 밑바닥을 샅샅이 훑는 수색 작업으로 인해 자연산 광어나 우럭, 노래미 등이 많이 잡혀 황금어장으로 꼽히는 백령도 어장이 황폐화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쌍끌이 어선 측은 "함미와 함수 침몰 해역에서만 작업을 하겠다"며 백령도 어민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은 별다른 성과가 없자 수색지역을 넓혀 1~2㎞ 떨어진 해역까지 광범위하게 항해하며 수색했다. 김 씨는 "수색 지역을 넓힐 때는 우리와 협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무슨 일인지 연락이 없었다"며 "만약 연락을 줬다면 우리가 말렸을 것이고, 사고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2척씩 짝을 지어 이은 저인망 그물로 해저 바닥을 훑으며 조업하는 쌍끌이 어선은 그물코 크기가 5.4㎝에 불과해 불발탄 등 위험한 물체가 걸릴 가능성도 높다. 백령도 어민 김모 씨(50)는 "저인망 그물로 바닥부터 쓸어 담다가 천안함에서 빠져 나온 폭탄이 걸릴 수도 있었다. 생각만 해도 오싹하다"며 "마음씀씀이는 좋았지만 주위에서 왜 말리지 않았는지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98금양호가 소속된 금양수산의 윤도헌 사무장(49)은 "이미 수십 년간 바다를 누빈 사람들이기 때문에 경험이 부족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백령도 어민들에게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해군이 지정해 준 곳만 수색했다"고 말했다.

령도=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동영상 = 故 한주호 준위의 ‘외길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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