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합참 “20분만에 60% 침수”… 해경은 “70분후 함미 약간 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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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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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리지 않는 의문점
[2] 천안함, 왜 백령도 앞까지…
백령도서 불과 1.8km 거리
“잘 안 가지만 작전지역 맞다”

[3] 실종자 사병이 많은 까닭
선실, 폭발 일어난 후미 위치
지휘소 부근 장교 전원 생존

[4] 뱃머리가 7.2km나 표류?“하루만에 이동하기엔 멀어”
실종자 있을 함미는 어디에


서해 백령도 인근 바다에서 해군 초계함 천안함(1200t급)이 침몰한 지 28일로 3일째를 맞았지만 침몰 원인과 긴급 상황 조치에 대한 정부의 명쾌한 설명이 나오지 않는 데다 생존자들의 진술까지 엇갈리고 있어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 두 동강? 외부 공격이 아니고선…

사고 직후만 하더라도 천안함은 폭발과 함께 바닥에 구멍이 뚫려 침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천안함 함장인 최원일 중령은 27일 실종자 가족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서 “폭발 뒤 1초 안에 배가 두 동강 나면서 직각으로 기울었고 순식간에 가라앉았다”고 말했다.

최 중령은 “‘꽝’ 하는 폭발음 이후 함장실에서 나와 보니 선체 후미 부분이 안 보였다”고 증언했다. 참석한 실종자 가족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박하자 최 중령은 “1초라는 부분은 잘못 말했지만 순식간에 가라앉은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최 중령의 증언은 선체 바닥에 구멍이 뚫려 침수가 시작됐다는 합참의 애초 설명과 배치된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도 27일 “함정이 반으로 갈라진 것으로 보인다”며 “열상감시장비(TOD)로 (함정 상태를) 확인했을 때 그런(반으로 갈라진)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바닥 구멍은 ‘폭발음이 들렸고 후미가 침몰하고 있다’는 함장의 보고를 바탕으로 군이 추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애초 보고에 구멍이 뚫렸다는 내용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군의 무책임함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1200t 규모의 초계함이 두 동강이 났다면 내부에서 폭발이 있었을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한다. 정부는 ‘외부 공격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하지만 최 중령의 증언으로 볼 때 기뢰 공격 등 외부에 의한 충격이 아니면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는 것이다.

예비역 해군 준장인 안병구 대우조선해양 상무는 “탄약고가 초계함 뒷부분에 있지만 폭약인 장약과 폭발장치인 신관을 분리해 저장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폭약을 동시에 터뜨리지 않는 이상 배가 두 동강 날 정도의 폭발이 일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도 “기관실 화재나 유증기, 연료탱크 폭발은 가능성도 낮을 뿐 아니라 그로 인해 배가 두 동강 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1200t급 함정이 20분 만에 침수?

합참은 27일 “26일 오후 9시 반경 배 뒷부분에서 강력한 폭발음이 발생한 지 20분 만에 함수의 60%가 침수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경에 따르면 현장에 도착한 26일 오후 10시 40분경(폭발 후 70분 경과)까지도 함미가 약간 가라앉은 상태였다는 엇갈린 증언이 나온다.

초계함은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작은 격실 100여 개로 나뉘어 있고 사고가 발생할 경우 격실을 차단하기 때문에 빠른 시간에 천안함의 기능이 상실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다만 한 전문가는 “전투태세와 달리 평시나 경비 중에는 열려 있는 해치가 많고 강력한 폭발과 바닷물의 급격한 유입으로 격실을 차단할 겨를이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천안함은 왜 백령도 가까이에

천안함이 왜 사고 당시 백령도에서 서남쪽으로 약 1.8km밖에 떨어지지 않고 수심도 24m밖에 되지 않는 곳에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합참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다니는 지역은 아니지만 전혀 가지 않는 곳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평상시에는 수심이 깊은 곳으로 다니지만 순찰을 위해서나 자연스러운 엄폐 효과가 가능해 활동하는 작전 지역”이라며 “암초가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 승조원들, 왜 신속 대피 못했나

침몰 당시 어떤 상황이었기에 승조원 46명이 대피하지 못했는지 의문도 제기된다. 최 중령은 “당직 후 함장실에서 작전계획을 검토 중이었다”고 말했다. 생존자 중 한 상사는 “오후 9시경 야식을 먹고 있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탈출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27일 국회 국방위 보고에서 한나라당 김옥이 의원은 “승조원 가운데 어떤 사람한테는 (비상상황이) 연락되고 어떤 사람한테는 되지 않았다. 초동조치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장교가 많이 생존한 이유에 대해 “함정 지휘소와 함교, 전투상황실은 배 앞쪽 상부에 있고 사병 선실이 폭발이 일어난 배 뒤쪽 하부에 있기 때문”이라며 “미사일 등으로 배 위쪽이 피격됐으면 장교들이 전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함미 어디에? 함수 7.2km나 표류?

실종자들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천안함 함미 부분을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의문이다. 해군은 “함미는 기계실 등이 있어 무게 때문에 사고 지점에 그대로 가라앉았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함수 부위가 해류에 떠내려가 동남쪽으로 7.2km 정도 떨어진 곳에 가라앉았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함수는 발견했지만 함미는 발견하지 못했다. 실종자와 함께 현장을 찾은 해군본부 관계자는 “천안함 함수가 사고현장에서 하루 만에 7.2km나 이동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참 관계자는 “함미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의 유속이 빠르고 시계가 좋지 않아 해저 탐색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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