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다” 발뺌… “현장검증 이해안돼” 투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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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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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길태 ‘여중생 살해’ 범행 재연
형량 줄이려 “고의 아니다” 강변
증거물 내놓자 “내가 한것 같다”
시신 유기장면선 재연 거부
덕포여중 학생들도 창문 열고
“우리 유리 돌려내라” 고함

16일 피의자 김길태 씨(왼쪽에서 네 번째)가 이유리 양의 집에서 납치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그는 이 양의 시체 유기 과정과 관련해서는 검증에 임했으나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사진공동취재단
16일 피의자 김길태 씨(왼쪽에서 네 번째)가 이유리 양의 집에서 납치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그는 이 양의 시체 유기 과정과 관련해서는 검증에 임했으나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얼굴 좀 보자” “죽여라” “네가 사람이냐”….

16일 오전 10시부터 부산 사상구 덕포동에서 2시간 반가량 이유리 양(13) 살해사건 피의자 김길태 씨(33)에 대한 현장검증이 실시되는 동안 동네 주민들은 김 씨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현장 검증은 이 양의 집, 성폭행하고 살해한 빈집(무당집), 시신을 유기한 물탱크와 그 옆 폐가, 자신의 집 옥탑방, 검거 장소 등 6곳에서 이뤄졌다.

오전 10시 반경 이 양 집에서 실종 당시 옷차림을 한 마네킹(이 양 대역)을 가리키며 “어떻게 납치했나”라고 묻자 김 씨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화장실에서 발견한 발자국을 제시하자 “들어올 리가 없는데 증거가 있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 이 자체(현장검증)가 이해가 안 된다”고 투덜거렸다.

처음에는 무당집까지의 납치 과정, 성폭행과 살해 과정도 “기억나지 않는다”며 발뺌했다. 경찰이 유전자(DNA) 증거물을 제시하자 “그러면 내가 한 게 맞는 것 같다”고 한발 물러섰다. 살해 혐의는 “성폭행을 하면서 입을 막아 죽인 것 같다. 하지만 고의로 한 것은 아니다”라며 울먹였다.

물탱크 앞에서 시신 유기 장면을 요구하자 “도저히 못 하겠다”며 거부해 경찰관이 대신 했다. 시신 유기 과정에 대해 그는 “추울까봐 미안해서 우선 물탱크에 시신이 든 가방을 던져 넣은 뒤 대야에 석회가루를 탔다. 그 뒤 뚜껑을 닫고 벽돌을 올려놨다”고 말했다. 자신의 옥탑방에서 이뤄진 현장검증에서 그의 부모는 보이지 않았다. 경찰은 사건 핵심장소인 무당집 안방은 기자들의 출입을 막았다. 현장이 좁은 데다 변태적인 성폭행 재연 장면이 있어 출입을 통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사건 당일 이 양을 세 차례 성폭행했다. 이 가운데 두 번은 변태적인 방법을 쓴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경찰은 세 차례 성폭행을 한 뒤 네 번째 성폭행을 하려다 이 양이 큰 소리를 치며 반항하자 손으로 입을 막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씨가 이 양 유기 장소에서 나오는 순간 어린 소녀들의 고함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이 양이 입학할 예정이었던 덕포여중 학생들의 소리였다. 학생들은 교실 창문을 열고 “나쁜 ×아, 유리 돌려내라”, “머리 들어라”고 외쳤다. 일부 학생들은 숨진 이 양 생각에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씨의 동네 후배들은 “학창 시절에 우리가 남 험담을 하면 ‘그러지 말라’고 말렸을 만큼 착했는데 왜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컴맹이라는 경찰 발표와 달리 길태 오빠는 컴퓨터 게임도 잘한다”는 말도 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 동영상 = 물탱크 속에 시신 쳐 넣어…김길태 현장검증

▼조두순 카페 “김길태 얼굴공개, 인권위에 진정”
인권위는 “접수된 바 없다” ▼


지난해 ‘나영이 사건’ 당시 조두순과 같은 성범죄자의 인권을 지켜야 한다며 개설된 한 인터넷 카페가 부산 여중생 살해 피의자 김길태 씨의 사진 공개가 인권침해라는 진정도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웹포털 네이버에 등록된 ‘성범죄자 인권을 위한 카페’는 14일 올린 ‘김길태 씨의 인권위 진정이 접수되었습니다’라는 글을 통해 김 씨 사건을 인권위에 정식으로 접수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는 “이들의 진정이 아직 접수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 카페는 지난해 나영이 사건으로 성폭력범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불거졌을 때 개설됐다. 초
기 카페 이름은 ‘조두순님과 성범죄자의 인권을 위한 카페’였다. 현재 회원은 4290여 명이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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